원래 말은 무섭다.
말은 누군가 함으로써 흘러가는 기류를 바꿀 수 있는 상당히 무서운 힘이다.
말이 단어가 되고
단어가 문장을 완성하고
문장이 적혀서 퍼지게 되면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이 커진다.
'맘충' 혹은 '피싸개'와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누군가가 보기 불편해하는 대상이 특정한 입에 잘 붙고 단순한 단어로 조합되는 순간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었던 대상이 글자로 조합돼 명확해진다. 그 단어가 사실이든 정확히 묘사하는 게 맞든 아니든 그 자체로 힘을 가진다.
수많은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무언인가를 분류하려고 할 데는 '단어'로서 분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극명해진다. 결국 해시태그도 '단어' 중심이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저 '맘충'이란 단어는 일베충과 같은 ~충의 연장선에 있는 단어이다. 신도시들의 건설과 기존의 4인 가구 구성에서 다양한 인원수들의 가구들이 생겨났다. 신도시는 여전히 4인 가구 혹은 3인 가구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신도시라는 새 건물이 주는 특성 때문에 1인 혹은 2인 가구의 대규모 입주 또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는 우선 3인 가구를 벗어난 형태의 가구가 많지 않았고 신도시들이 생기기 전 다양한 형태의 주거양식으로 자기 스타일에 맞게 가구들이 흩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이 덜했다. 1~2인 가구들이 도심으로 집중되고 3인 이상 가구들이 교외 신도시로 빠지는 양상이었기에 사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가구들끼리 부딪힐 일이 덜했다는 것이다.
당장 강남, 홍대, 성수와 같은 서울의 극도심지역을 보면 신도시에서 일어나는 소위 엄마들과 기존의 비혼층과의 충돌이 덜하다. 그 지역들은 비혼층들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지역만의 특색을 만들어 낸다. 반대로 교외 신도시들은 신도시 나름의 3~4인 가구 중심의 특색을 만들어 가며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인 1 주택을 강조하는 경제정책과 지나친 신도심 건설정책은
이러한 큰 흐름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 생각한다. 우선 1인 1 주택 정책은 대부분의 2 주택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가구들이 서울에 있는 집만 남기고 지방의 집을 처분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되었고 이는 지방은 더더욱 가난하고 문화적으로 떨어지고 황폐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없게 서울을 비롯한 도심의 집값은 급등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융통성 있게 지방의 1 주택과 도심의 1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그냥 1 주택이라고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갔으면 지방이 공멸하고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은 도심 1 주택 = 지방 2~3 주택 같은 융통성 있는 방향이었으면 지방과 도심에 적절히 자산이 분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려 없이 진행된 정책은 모든 1~3인 가구 모두가 문화적으로 떨어지는 소위 민도가 더 떨어질 일 밖에 없는 지방에서 도심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방향으로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다양한 가구들의 가치관이 한 곳에서 밀집돼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정책 진행자들은 이런 문제를 서로 이해해주면 될 일이라고 한다. 자신들은 국민들이 일해서 강제로 납부하는 세금에 의존해서 모르겠지만, 많은 대부분의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스스로 창출해내는 국민들은 그렇게 이웃집까지 신경 쓰면서 할 여유가 없다. 당장 일만 해도 산더미인데 다른 집을 돌아볼 여유가 있겠는가?
여기에 전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신도심 건설붐은 이러한 다양한 양립되기 어려운 가구들의 집중 밀집을 일으켰다.
1인 가구의 경우 아파트와 같이 이웃과 서로 왕래하고 놀이시설이나 학군 같은 요소보다는 빌라와 같은 형태의 보안, 직장과의 근접, 대중교통, 유흥 및 편의시설의 접근성을 선호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웃과의 왕래가 되래 보안 위협요소를 증가시키는 요인인 경우가 많기에 왕래보다는 차단을 원한다. 또 1인 가구의 주축들은 지역적을 중심으로 인맥을 구성하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 혹은 관심사를 중심으로 인맥을 형성한다. 대부분 이런 형태의 주거양식은 구도심이나 1기 신도시들의 저층단지에 밀집되어 있다.
3~4인 가구의 경우 아파트 중에서도 대형 아파트 단지를 선호한다. 가능하면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라다보니 대중교통이 편한 곳은 드물고, PC방과 같은 유흥시설과 멀어지기를 바란다. 또 아이들끼리의 왕래와 편하게 노는 환경을 위해 이웃과의 왕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곳을 좋아하고 학군도 상당히 신경 쓴다. 또 사는 곳이 곧 인맥형성을 뜻하는 경우가 많기에 상대적으로 배타적이며 소위 자기들만의 문화가 발달하기 더 좋은 조건이다. 근래에 신도시들은 다 이런 형태를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이렇듯이 두 형태의 가구는 같이 있기는 힘든 구성을 지니는데 전국적으로 구도심을 재개발시키기보다는 대형 아파트 단지 위주의 뉴타운 정책 혹은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대거 지어지면서 구도심의 구조에 있기 원하는 1인 가구도 강제로 신도 시화된 도시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구도심에서 신도심으로 너무 많은 인구가 빠져나가 구도심이 안전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다양한 형태의 가구의 가치관 충돌을 만들었다. 애초에 1인 가구의 구성원이 3~4인 가구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그 반대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1기 신도시까지만 해도 대형 아파트로만 주거단지를 채우지는 않았다. 근데 그 이후의 신도시들이 모든 주거단지를 대형 아파트 단지로 채우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고 해외 사례를 들며 해외의 경우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인구구성이 한 나라에 잘 살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내막을 보면 문화권마다 거주지역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애초에 우리에게는 다른 문화를 이해할 시간도 여유도 이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구구성의 변화는 더 이상 3인 가구가 인구의 중심이 되지 못하게 했다. 한 때 아이를 가진 3인 가구의 경우 전체 인구의 50프로에 육박하는 소위 물량에서의 우위를 가졌었다. 이러한 추세에 잘 적응했던 사업모델이 TGIF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점점 결혼이 줄면서 3인 가구는 인구적으로 이전과 같은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지는 못하게 되었고 이는 그들의 어쩔 수 없는 가구적 특성이 이해받기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경우 대부분이 3인 가구고 1인 가구의 경우 소수였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커플과 결혼하고 애 있는 부부가 이용하는 식당이나 서비스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3인 가구의 특성
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끄럽다
애를 제어하기 힘든 건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맞벌이로 둘 다 일하는데 애까지 보려니 혼이 빠져서 애를 일일이 신경 쓸 정신이 없다
여성 중심의 육아가 자리 잡혀 있어 맞벌이 여성의 경우 거의 독박으로 애를 전담하게 되는데 이는 애를 더 통제불능으로 만든다 (사실 가만 보면 남편이 어느 정도 거들어만 줘도 애를 통제할 만한 상황이 꽤 많던데 아무것도 안 하는 남자들의 태도도 문제가 없다 하긴 어렵다고 보입니다)
(할 얘기가 더 많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도록 하려 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해줄 인구와 서비스들이 사회의 주축 서비스들이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이러한 3인 가구의 전체 인구구성에서의 비율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맘충과 같은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이 크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시장원리에 의해 분리되었던 가구들이 시장원리를 거부하는 방향의 정책으로 섞이고 밀집되게 되었으니 이러한 사달이 나는 것이 크게 새로워 보이지는 않은 듯합니다.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반대로 '애를 낳는 주체인 여성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게 점점 불행해진다'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면 이렇게 소위 매년마다 널뛰는 출산 그래프가 아닌 안정화되면서 점점 조금씩 줄어나가는 안정적인 그래프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원래 어떠한 그래프든 자연적인 현상은 널뛰는 그래프가 아닌 상당히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그래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누군가가 혹은 어떠한 큰 인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밖에 볼 수 없고요.
사실 이 문제는 이제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을 넘어가 우리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상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는 작년과 올해 모두 관련 정책에서 사실상 실패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실패의 충격은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 걸쳐 충격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출산율은 결국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가정을 이룸으로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가?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애를 낳으면 지원금 얼마를 준다와 같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여성과는 관련이 없는 정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애를 낳아도 자신의 커리어나 인생 혹은 자신의 가치관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완전히 포기할 것 없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오히려 안정감 있게 가치관을 향하여 갈 수 있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방향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당분간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성의 대변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특정 연령대의 여성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떠했는지 다른 사람은 어떠했는지 생각하고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정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가 느낄 수 있는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