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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철학자의 성실에 대한 깨달음

늘 아이들이 이야기는 기록하지 않으면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걸 경험한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독특한 시각으로 무언가를 보고 표현하는 편이였다.

그래서 어릴적에는 아들랑구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육아일기를 적었던 기록도 있다.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고 이런 어록들을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얼마전, 아이와 대화하다 간만의 아들랑구 어록을 기록해본다.  


엄마, 성실한건 좋은거 같아요!
엉??
그렇지 당연히 성실한 건 좋지!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성실한 삶의 태도를 강조했던 나다.


그동안 내가 했던 이야기들이 잔소리와 소음의 중간쯤으로 아이의 귓등을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긍정적인 태도에 나는 급화색을 하면서도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갑자기 근데 왜?
음...
무언가를 매일 했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고 남이 보지 않아도 나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좋아져요.


아들의 이야기에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그간 말로 하던 것이 아이의 삶의 경험을 통해서 체화되었다고 생각하니

성실의 의미를 아이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른이라도 피상적으로 성실이 좋다는 것만 알지 그걸 깨닫고 느끼는 순간들이 얼마나 될까?

아이가 느낀 그 성실의 감정이 자기 효능감과 자아존중감이 되어가는 걸 목도하는 기분이다.


얼마전 그 일이 있고, 다음날 아이의 일기장을 보다보니 담임 선생님이 적어주신 코멘트가 있었다.

학교에 일기장을 내야하는 날이 있는데 아이가 그간 잊어버리고 매번 일기장을 안가지고 갔던 모양이다.

당연히 선생님은 일기를 안썼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아이는 집에서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져간 날 선생님의 코멘트는

"그 동안 일기장을 안 가져왔어도 꾸준히 계속 쓰고 있었구나!" 였다.


아이의 며칠전 이야기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그저 해낸 것.

아이는 그것이 주는 기쁨이 성실이라고 느낀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일기에는 이런 코멘트가 적혀있었다.


" 일기를 열심히 써서 이제 공책을 바꿀 때가 되었구나"

록들이 아이의 열심을 증명한 것이다.


아이에게 참 감사하다.

첫째는 정말 성실하다.

몇년동안 엄마표 영어를 하는 과정중에도 거의 빼먹지 않고 일정을 묵묵히 해냈다.

아마 어린 시절의 나는 못했을거다.

그만큼 자신이 지나온 시간에 묵묵히 성실하게 해 낸 시간들이 있기에

그것을 해봤기에 아마도 성실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깊이있게 몸으로 경험해낸게 아닌가 싶다.


아들, 고맙다.


기억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기 전에 미천한 글로나마 기억을 붙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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