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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않는 걸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

넌 나의 주치의^^

무슨 사건이 생기거나 마음이나 감정의 급격한 외상을 입는 경우, 너무 글로 쓰고 싶고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막상 그 순간 그 상황이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컴퓨터에 앉을 수가 없다. 뱅뱅 도는 생각들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머릿속에 탁구공이 들은 것처럼 순간순간 튀어올라 나의 일상을 방해하기도 하고 나의 기력을 다 빼앗아 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그전에는 사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진짜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확률적으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인연이나 관계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쉽게 정리되는 일은 아니라서 웬만하면 좋게 좋게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싶은데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참 어렵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들로부터 오는 어택은 참 막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막고는 외상과 내상에 마상까지 쓰리삼단콤보까지 오는지라 더더욱 쉽지 않다. 그나마 있던 나의 모든 신뢰와 정을 우주의 기운으로 모아서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어가며 이끌어 가는 관계에게 맞는 뒤통수와 마상은 한마디로 너덜너덜 해진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를 넘어서 삶의 의지력까지 바닥으로 만든다.


배신감과 괘씸함에 치를 떨게 되는 사건을 겪은 후 마상으로 무기력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단순히 상대의 지질함과 인간으로서의 수준이하를 넘어서 내가 그 관계를 선택했다는 사실로도 너무나 짜증이 나서 나 스스로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상대의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나 도둑심보가  잘못이지만 그 사람을 가까운 사람으로 선택을 한 나 자신에 대한 자책까지 몰려왔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걸까? 그렇게 어찌어찌 한 달의 시간이 흘렸다. 벌써 한 달.... 한 달 동안은 정말 마음에 피멍이 든 것 같았다. 심장이, 가슴이, 건들지도 않았는데 늘 아리고 아팠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영화대사처럼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하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더 이상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근본이 그러했는지, 아니면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에 대해 그동안은 자신의 욕심을  확인해본 적이 없는 건지, 무엇이 문제인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모른 채 눈이 뒤집힌 추잡스러운 모습을 목도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다.


누구한테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아직 내 머릿속에서 조차 정리되지 않아서 그저 나의 영역 안에 그런 나쁜 기운이나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만 나의 마음은 늘 전투 중이었다. 이런 감정싸움에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아이들과 누워서 요새 힘든 일 있느냐고 저녁마다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무리한다. 의도치 않게도 나는 이때마다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삶의 지혜를 얻고는 한다. 물론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나의 상태나 감정을 이야기하지만 이 이야기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한 답을 주고는 한다.


" 엄마는 요새 마음이 너무 힘들고 가슴에 멍이 든 것처럼 많이 아프다.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는 관계를 지속하는 게 너무 힘든데 이게 맞을까? 관계가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좋은 관계라는 것은 서로 소통하면서 발전해야 하는데 그 관계가 지속될수록 엄마의 영혼이 갉아 먹히는 기분이 들어. 좋은 관계는 나를 나답게 인정하고 드러내야 하는 관계인데 그 사람과의 관계는 엄마를 엄마답게 만들지 않고, 손발이 묶인 채로 유리병에 갇힌 느낌이 들게 만들어. 누군과의 관계에서 가면을 쓰는 상태가 돼버리면 그건 좋은 관계가 아닌 것 같은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가면을 쓰고 나를 드러내고 싶어지지 않아 지거든.... "



아들은 한참 이야기를 듣더니

"엄마! 잡히지 않는 걸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 그냥 놓아! 잡히지 않는 걸 잡느라 너무 애쓰지 마"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쩌면 잡히지 않는 걸 계속 내가 놓지 못하고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했었다.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좋은 친구일 수 없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은 친구가 아니니까 잘 지낼 필요 없다고!


가까울수록 관계가 깊을수록 현실적으로 끊어내는 것은 힘들 수도 있지만 마음에서 조금씩 내려놓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 마음의 상태가 되려면 시간도 걸리겠지만 결국은 내 마음에서 비중을 드러내야만 할 일이다.


여전히 피멍이 다 가시지 않았고, 사람에 대한 의심과 배신감이 탁구공처럼 톡톡 튀어 오르기는 하지만  작은 철학자의 조언처럼 손에서 힘을 빼고 사람에 대한 기대를 놓기가 절실한 나의 처방전인 것 같다.

좋은 관계란 무엇인가 궁금했던 차에 찾은 영상인데 너무 좋은 내용이라 공유해봅니다. 혹시나 문제시 바로 삭제조치하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희렌최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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