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라도 얼굴보자는 지인들 덕분에 감사한 마음 가득이였지만 오늘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뜨고 싶지가 않았다. 더구나 쫒기듯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쉬울 것 같아서 싫었다.
여전히 바깥은 비와 강풍. 그런데 이렇게 혼자서 묵묵히
그 비와 바람을 관조할 수 있는 내가 조금은 대견했다.
괜히 내 마음이 단단해진 기분이다.
점심에는 어제 끓여놓은 카레를 엄마가 보내준 김장김치와 먹었다.
김장담그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게되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김치가 그냥 김치가 아닌 것 같다.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
여전히 비와 바람 그리고 우중충한 날씨가 공존하지만
그래도 삶을 향한 의지를 내는 '식사'라는 행위를 한 내가 만족스럽다.
비가 잦아들었다. 아직 내가 있는 공간은 여전히 비가 내렸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강의장으로 향하며 고속도로를 탔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날씨는 여전히 춥고 바람은 불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차가 휘청한다. 강풍주의 지역이였다.
운전대를 단단히 잡지 않으면 이 바람에 밀리고 휘청거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삶의 어려움을 맞이하고 강풍을 맞는 순간도 있지...
이때, 내가 정신을 차리는게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 도착하자 간간히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곳들이 드러났다. 비와 바람은 여전하지만 하늘이 반갑다.
우중충함도 한결 걷어진 기분이다.
강의를 하니 일상은 잊어버리고 또 몰입이 되었다.
일을 한다는 것이 나를 치유하는 순간들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추웠지만 바람도 비도 조금은 걷힌것 같았다.
친구가 경기도에서 얼굴보러 온다고 했다.
번거로운 발걸음이라는 걸 알기에 여러번 물어보고 안와도 된다고 했는데나의 상황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반갑게 받기로 했다.
그냥 내가 힘들고 어려울때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거, 그리고 편안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런거구나친구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친구와 가기로 한 식당이 오늘 영업을 안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고 중간 지점인 원주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한시간 가량 이동해야했다. 가는 길에 진눈개비가 내린다. 비와 섞여서 내리는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가서 그런지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멀리까지 와준 친구 덕분에 감동 한바가지. 심지어 거기서 가기로 한 식당도 단체손님으로 좌석이 없고 식사웨이팅이 너무 오래 걸릴거라고 한다.
결국 아담한데 밀도높은 식당이 바로 있어서 이동!
푸짐하게 먹고 이야기하고 따뜻하고 재미있었다.
맘에 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이런건가보다.
이젠 너무 힘든 사람들이나 방향성이 다른 사람들과는
최대한 만남을 자제하려고 한다. 에너지를 그런 곳에 너무 많이 쏟고 싶지 않다.
여전히 바람은 불었다.
삶이 녹녹하지만은 않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즐거운 일들이 있기에 또 그 비바람을 견뎌 나가는 거구나 한다.
미역국이며 각종 선물 한바가지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눈개비가 이제는 제법 눈이 되어서 차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