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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랑 내 마음이랑 똑같네.

2024.11.26

새벽에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

지금 살고 있는 곳의 베란다는 증축을 해서 위쪽이 양철판같은 처마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빗소리가 유독 잘들린다.

때론 이 빗소리가 진짜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서 빗소리의 느낌이 다르다.

어스름한 새벽에 깨서 들리는 빗소리에

이불을 목까지 끌여올렸다.

쌀쌀한 공기가 콧가에 스친다.

우중충한 날씨에 추운공기탓에

몸이 움추려드는 날이다.


오늘은 내 생일^^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생일의 들뜨는 기분보다는

그냥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이렇게 애지중지 귀하게 길러준

우리 부모님께 감사하고

내 옆에서 꽁냥꽁냥

 생일선물을 논의하는 아이들이 감사하고...


누구나 삶에 동굴을 지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지금이 나에게는 그런 시기인가 싶다.

이 동굴은 왜이리 긴건가 싶은 생각인데

이것도 이제 막바지 아닐까?

하고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


아침의 빗소리와 함께 세차게 부는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댄다.

매섭게 그리고 싸납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가 윙윙 공기를 흔들어댄다.

가슴에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저 세찬 바람이 가슴속을 후비고 다니면서

온기가 있는 곳들마다

소름끼치게 추운 서릿발을 내리는 기분이다.

찬바람이 윙윙 지나간 자리엔 차디찬 기운 프리즈


오늘은 미역국을 끓이지 않았다.

저번주 내내 미역국으로 해결했더니

아이들이 원성이 자자하기도 하고

생일날 미역국을 내 손으로 끓이고 싶지도 않기도 했고

그냥 생일 아닌 것 처럼 보내고 싶기도 했다.


오후엔 강의가 있어서

오전에 여유있게 강의를 준비하는데

그런 담담한 기분이 좋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기분.

소중한 하루 하루


오전에라도 얼굴보자는 지인들 덕분에 감사한 마음 가득이였지만 오늘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뜨고 싶지가 않았다. 더구나 쫒기듯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쉬울 같아서 싫었다.


여전히 바깥은 비와 강풍. 그런데 이렇게 혼자서 묵묵히

그 비와 바람을 관조할 수 있는 내가 조금은 대견했다.

괜히 내 마음이 단단해진 기분이다.


점심에는 어제 끓여놓은 카레를 엄마가 보내준 김장김치와 먹었다.

김장담그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게되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김치가 그냥 김치가 아닌 것 같다.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

여전히 비와 바람 그리고 우중충한 날씨가 공존하지만

그래도 삶을 향한 의지를 내는 '식사'라는 행위를 한 내가 만족스럽다.


비가 잦아들었다. 아직 내가 있는 공간은 여전히 비가 내렸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강의장으로 향하며 고속도로를 탔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날씨는 여전히 춥고 바람은 불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차가 휘청한다. 강풍주의 지역이였다.


운전대를 단단히 잡지 않으면 이 바람에 밀리고 휘청거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삶의 어려움을 맞이하고 강풍을 맞는 순간도 있지...

이때, 내가 정신을 차리는게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 도착하자 간간히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곳들이 드러났다. 비와 바람은 여전하지만 하늘이 반갑다.

우중충함도 한결 걷어진 기분이다.

강의를 하니 일상은 잊어버리고 또 몰입이 되었다.

일을 한다는 것이 나를 치유하는 순간들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추웠지만 바람도 비도 조금은 걷힌것 같았다.


친구가 경기도에서 얼굴보러 온다고 했다.

번거로운 발걸음이라는 걸 알기에 여러번 물어보고 안와도 된다고 했는데 나의 상황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반갑게 받기로 했다.

그냥 내가 힘들고 어려울때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거, 그리고 편안한 관계가 된다는 그런거구나 친구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친구와 가기로 한 식당이 오늘 영업을 안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고  중간 지점인 원주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한시간 가량 이동해야했다. 가는 길에 진눈개비가 내린다. 비와 섞여서 내리는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가서 그런지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멀리까지 와준 친구 덕분에 감동 한바가지. 심지어 거기서 가기로 한 식당도 단체손님으로 좌석이 없고 식사웨이팅이 너무 오래 걸릴거라고 한다.

결국 아담한데 밀도높은 식당이 바로 있어서 이동!

푸짐하게 먹고 이야기하고 따뜻하고 재미있었다.


맘에 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이런건가보다.

이젠 너무 힘든 사람들이나 방향성이 다른 사람들과는

최대한 만남을 자제하려고 한다. 에너지를 그런 곳에 너무 많이 쏟고 싶지 않다.


여전히 바람은 불었다.

삶이 녹녹하지만은 않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즐거운 일들이 있기에 또 그 비바람을 견뎌 나가는 거구나 한다.


미역국이며 각종 선물 한바가지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눈개비가 이제는 제법 눈이 되어서 차로 달려들었다.

예전엔 눈오면 마냥 예쁘고 좋았는데 나이들고 운전해야하고 눈치워야하고 출근도 해야하는 순간들이 많아져서 마냥 예쁘지만은 않았다.


저녁 운전에 칼바람에 눈발이 날리며 운전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빠르게 달릴때는 눈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거칠게 내리는 눈이 차를 향해 달려들었고,

도로의 선은 보이지 않았고

타이어 상태도 걱정되고...

혹시 미끄러지는 아니야...

순간 차량의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속도를 줄이고 보니 조금씩 눈도  차를 향해 달려들지 않고 내렸다. 내가 눈을 향해 달렸던거지 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렇게 잔잔 걸음으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왔다.


내리기 전에 아이들이 산책하러 가자고 한다.

밤 12시인데 ㅋㅋㅋ

눈오는 날의 산책의 낭만을 아는 아이들이다.

나는 추워죽겠는데 ㅋㅋㅋ

결국 아이들만 자기들만의 포토존에서

예쁜 눈오는 풍경을 찍어오겠다고 하고

나는 차안에서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말 예쁜 장면을 담아왔다.

눈이 한없이 내리는 학교의 공간이였다.


아침부터 소낙비,바람, 강풍, 맑은 하늘, 가랑비, 진눈개비, 함박눈까지 .....

정말 날씨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을 하루만에 다 만난 것 같다. 변화무쌍한 오늘 날씨가 요즘의 나의 마음같았다.그리고 마무리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예쁜 함박눈으로 마무리


인생의 다양한 그래프와 곡선이 있겠지만

동굴을 지나는 시간에는 눈과 비 폭풍과 강풍이 불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눈이 왔으니^^ 다시 따뜻한 햇빛이 머지 않았을 것 같다.


ㅅㅈ아♡ 생일 축하하고 행복하자!!

나 스스로에게 축하를 건내고 사랑하는 시간

더 단단해지고 멋있어질거라는것 알아.

동굴의 시간마저도 너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라는것!!

잊지말자♡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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