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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Apr 04. 2024

취미 무용 10주년, 드디어 토슈즈




사실 내가 토슈즈를 처음 시도했던 것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여름이었다. 다니던 무용 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 때문에 새 학원을 잠시 다녔었다. 그 곳은 내가 다니던 무용 센터와 달리 일반 발레 학원으로 발레 작품반이나 토슈즈반이 많아서 문득 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급하게 산 토슈즈는 내 발에 맞지 않는지 너무 아팠고 발목과 무릎에도 무리가 왔는지 통증이 찾아왔다. 그 학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기도 했고 괜히 무서워 토슈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2년 봄, 여러 이유로 학원 방황을 하다가 동네에 발레 학원이 생겨서 다니기 시작했다. 팬데믹때 워낙 무용이나 운동 센터들의 인원수 제한이 심해서 그런지 일대일이나 소그룹 클래스들이 많아졌다. 새로 다니기 시작한 학원도 소그룹과 개인 레슨 위주의 발레 학원이었다. 워낙 여러 장르의 무용을 배워 왔지만 4-6명 인원의 발레 소그룹 수업을 꾸준히 듣는 건 처음이었다. 안그래도 발레 기본기를 제대로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확실히 소그룹 수업이라 디테일에 대한 감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다니던 학원에 새로 토슈즈 반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려오자 다시 한 번 시도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규모의 발레샾에 가서 새 토슈즈를 추천 받아 데려왔다. 자신에게 맞는 토슈즈 고르는게 진짜 어렵다는 말이 실감났고 이번에는 맞기를 바라며 클래스에 들어갔지만 또 다시 처참하게 실패했다. 발은 너무 아팠고 동작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번 토슈즈도 안맞았고 발레에 맞게 몸을 쓰는 기본기가 덜 잡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다시금 기본기를 더 잡아야겠단 생각에 레벨을 내려 듣던 어느날, 문득 2024년이 내가 본격적으로 취미 무용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념으로 뭐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저런 리스트들을 만들어봤다. 그런데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국립발레단에서 겨울 캠프를 한다는 공고가 떠서 얼른 신청을 했다. 10년 전 같은 N스튜디오에서 현대 무용 마스터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후에 내가 이 곳에 발레 중고급 클래스를 들으러 다시 올 줄이야..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2주간의 겨울 방학 특강을 듣는데 마치 초등학교 때 방학 캠프에 놀러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캠프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자꾸 뭔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개월 전 사둔 세번째 토슈즈 생각이 났다. 발레샾에서 워낙 칼발이라 이 슈즈도 맞지 않으면 대안이 별로 없다는 최후 통첩 같은 것을 받고 데려온 아이였다. 그렇지만 한번 들었던 토슈즈 소규모 클래스가 작품반으로 바뀌어서 한번도 신지 못하고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상태였다.


‘그래, 10주년이잖아.’ 숫자는 때로 평소에 없던 용기를 가져다 주기도 하나보다. 2월 중순, 나는 발레 선생님께 토슈즈 입문 개인 레슨을 받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부상 위험이 높은 토슈즈를 제대로 입문하려면 개인 레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세 번은 토슈즈에 필요한 힘을 기르는 연습을 했고, 드디어 4월 1일, 토슈즈를 신고 레슨을 받았다.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토 앞부분을 부셨더니 생각보다 움직임이 편해졌다. 어떤 만우절 거짓말보다도 놀랍게 토슈즈가 처음으로 괜찮게 느껴졌다.


물론 이제 한 번 들었으니 유난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려 3년에 가깝게 토슈즈 방황을 하던 내겐 작지 않은 이벤트였다. 일단 드디어 정착한 나의 토슈즈는 칼발인 내 발이 빠지지 않도록 앞부분이 잘 잡아주면서도 입문자가 신기 편하게 매우 부드러운 편에 속했다. 사실 나는 토슈즈 구매를 몇 번 실패하면서 내 발이 칼발인 줄 처음 알았다. 진짜 팬데믹 이전만 해도 포인트 슈즈를 신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했었는데, 역시 인생은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이번에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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