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드디어 싱어롱으로 영화관에서 보고 왔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 않아서 클립이 아니라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SNS 에서 한국 보컬들 사이에서 골든 커버 붐이 일었을 때도 그렇고, 국립 중앙 박물관에 케데헌 굳즈를 사러 몰려든 엄청난 인파들을 보면서, 그리고 겨울 왕국의 OST인 Let it go 처럼 Golden 을 영어로 신나게 부르는 유치원생들을 보며 꼭 보긴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싱어롱이라 조금 너무 시끄럽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따라 부르진 않았다. 아무래도 골든을 제일 많이 따라 불렀던 것 같고 나도 그때는 같이 불렀고.. 응원봉이 몇 개 보였고, 가끔 영화의 캐릭터들이 대사할 때 대화하거나 응원하는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려 같이 웃기도 했다. 영화관 로비에서는 헌트릭스 코스튬을 한 여자분들이 같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케데헌 코스튬을 직접 입고 온 아이에서부터 남자분들까지 정말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얼마 전 골든을 따라 부르다가 가사를 보며 진짜 디즈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사뿐이 아니라 곡의 전개나 구성도 정말 디즈니를 닮았다. 특히 겨울 왕국에서 엘사가 현란한 액션과 함께 파워풀한 고음으로 부르던 Let it go 를 떠올리게 된다. 다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제곡은 공주가 아니라 케이팝 걸그룹이 같이 부르고, 남자 주인공이 없던 겨울 왕국과 다르게 사자보이즈라는 보이 그룹이 등장한다. 멋진 왕자님은 아니고 악역을 겸하고 있기는 하지만..
케데헌이 처음 인기를 끌었을 때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 갓을 쓴 새와 해태처럼 생긴 이상한 호랑이였다. 한국 전통 문화가 이런 식으로 각색되어 트렌디해진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파란 호랑이 더피와 갓을 쓴 까치인 서씨가 왜 그렇게 인기인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해리포터의 올빼미 헤드위그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고양이 쳇셔가 떠올랐다. 걸그룹 헌트릭스는 너무나도 서구화 되어있는데 보이 그룹 사자보이즈는 조선 시대에서 날아온 것처럼 갓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는 부분이 흥미롭기도 하다.
2023년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에서도 한국 문화가 흥미롭게 소개된 바 있다. 한국 특유의 부모와 자식 관계가 현대 세계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있는지 잘 그려졌던 것이다. 외국인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한국 문화를 많이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난 엘리멘탈에서 더 깊게 느꼈다. 오히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해리포터, 겨울 왕국, 인사이드 아웃의 느낌이 더 강했다. 개인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나가는지가 더 포커스로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 전통 문화 캐릭터들과 케이팝의 팬덤 산업을 영리하게 마케팅 해 낸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공에 음악의 힘이 너무 컸다. 라임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리듬감 있는 곡들은 가사 하나 하나가 영화의 대사가 된다. 가사가 쓰여 나가고 수정되고 불러지는 흐름은 최근 유행하는 힐링 판타지 장르 소설의 전개와 굉장히 유사하게 닮아있다. 그나저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2는 나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1편이 너무 많은 인기를 얻어 속편이 제작될 것 같은데, 살짝 염려되는 점은 케데헌의 악에 대한 관점이다. 케데헌의 데몬 대표격인 귀마는 가스라이팅하는 나르시시스트로 그려졌지만 선과 악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귀마와 진우가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