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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Aug 30. 2021

세상의 중심엔 덕질이 있다.

나는 유독 인생 책, 인생 드라마, 인생영화...

'인생' 자가 들어간 문구에 맥을 못 추고 헤벌레 이끌린다.

마나 대단하길래 '인생' 자를 붙일 수 있을까

덜컹 결제버튼을 눌렀다가 마케팅에 낚여 돈과 시간을 도둑맞은 적이 꽤 있었다.


그 쓸쓸한 기억이 시작이었을까.

나의 취향과 인생이란 단어가 주는 깊이가 같은 방향 이여서 였을까. 이후 나는 인생 이란 수식어를 내주는 일에 아주 짜게 굴었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대사 한마디 영화 시퀀스 하나 놓치지 않게  내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  수놓았고, 소위 한번 꽂혔다 싶은 음악은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잠결에 환청이 들릴 정도로

박박 긁어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번 꽂히면 애닳아 죽을 것 같이 사랑했고,

온 마음을 다해 몰입했고,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나의 태도라고 자부했다




결혼 전, 떡볶이가 그랬다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 진출하기 전에는 어느 길가 포장마차, 신당동 즉석 떡볶이, 홍대 조폭 떡볶이,

어느 초등학교 앞 문방구 밀 떡볶이 등 브랜드가 아닌

숨은 집으로 갈리던 때였다.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떡볶이를 탐닉했다.


" 야, 또...  제발 다른 것 좀 먹자"


친구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연신 알랑방귀로 꼬드겨 떡볶이를 먹었다. 친구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날엔

어떤 의식처럼 검은 비닐봉지에라도 담아 집으로 갔다.

 

"좋아하는데 물리는 게 어딨어"

"좋으면 끝까지 좋아해야지"

"좋다가 싫어하는 건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배신형!! "


한때 이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 나의 덕질은 신랑에 의해

많은 부분 제약을 받았다.


" , 쫌 딴 거 듣자"

" , 쫌 다른 거 보자"

" , 또 이거야? 다른 것 좀 먹자! "


시간이 갈수록 신랑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싫은 내색을 대놓고 드러냈다.  시간과 공간을 서로 공유해야 하는 부부이기에  당연히 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부러지기보다는 휘어지는 삶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덕질의 수위도 점차 흐려져갔다.


어릴 땐 그렇게 싫증을 잘 내고 변덕이 심했던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이렇게 진심인 이유가 뭐였을까

나조차도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단지 나의 덕질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극진한 환대이며  

몰입의 결과일 뿐이라고...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향한 나의 편애는 일상의 사소하고 가벼운 것의 무게중심에 항상 균열을 일으켰다.


가볍게 좋아하다 싫증 나면 다른 것에 열광하고,

인스턴트 음식이라도 찌릿찌릿 뇌를 자극하는 탄산 맛에 즐거웠다면 그 자체로도 참 좋았고 행복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한 아름  살았는 지도 모른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드라마, 새로 나온 배우,

새로 나온 세련된  것에 휩쓸려 갈 것 같은 공포가

오히려 덕질로 나를 묶어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애쓰며 사는 게 내게 덕질을 남겼지만

수없이 흘러간 유행에 힘이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가볍게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그때그때 행복에 만취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꼭 의미를 가지고 무게추를 달아야 인생 목록에

저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몇 자 딸그락 거리면  방대한 자료가 쏟아진다. 매일 새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대중의 시선을 홀리는 시대에 중요한 건 선택이다.


어떤 걸 선택할지는 안타깝게 각자의 몫이다.

선택 장애, 결정장애에 시달린다면 나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했을  

가슴이 뛰는지, 나는 어떤 결의 사람인지...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유유히 흘러나오는

그 선율 한 토막만 들어도 잠시 마실 나간 내 자식 상봉하듯 반갑고,  온전한 내 것으로 특별한 무엇이 있다는 건

살맛 나는 일이다.


우리가 휘청 되는 건 어쩌면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아직 발견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매일 번쩍거리며 모습이 바뀌는 트렌드의 거친 물길 속에서 나를 지탱할 방법은

우선 나를 아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나의 취향. 나의 생각, 나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베인 나란 사람이 서있기를 바란다.


가벼운 몰입도

무거운 덕질도

진하게 사랑했다면


인생,

그 중심에 내 덕질이

나와 함께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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