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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Jun 10. 2022

" 운수 나쁜 날에도 감사"

Blackburn North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일했고, 호주로 이민 와서 전업맘이 되었다. 중년의 사춘기를 잘 넘기고자 다시 글쓰기 시작한 수줍은 햇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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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 나쁜 날에도 감사"

가을의 끝자락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요

들뜬 수다가 이어지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채워집니다.

서로 다른 재능과 강점이 퍼즐의 조각조각을

맞춰주듯 나의 서툰 부분들을 매만져줘요.

함께 있을 때 더 좋아지는 관계입니다.

동네 주택가를 어슬렁 거닐다 숨은 작은 카페에 들릅니다.

아침 7시 30분에 오픈해 2시에 문을 닫는 카페,

손님도 주인도 워라벨( work - life - balance)의

균형을 잘 지키며 살아가요.

그곳에서 제일 마지막 손님으로 계산을 하고 카페를 나섭니다. 친절한 오지 아가씨가 마지막 남은 거라며

아몬드 크로와상을 손에 쥐여 주네요.​

개이득입니다.

오늘은 축구클럽이 있는 날입니다.

비가 한차례 세차게 쏟아졌지만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축구를 합니다. 이 추위에 감기까지 바드득 씹어 삼킬 것 같습니다. 대단한 브라질 재단의 축구 열정입니다.

어둑어둑 해지자 한참 뒤에 휘슬이 울리며 레슨이

끝이 납니다. 다다다닥 뛰어오는 아이들을 싣고

시동을 거는 순간 ​뜨뜨뜨뚜.... 안 걸립니다.

또 한 번 두 번 세 번 뜨뜨뜨뜨....

아!!!! 배터리 방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날은 춥고 친구 차 점프 선

연결해서 심폐 소생을 시도해 보았으니 안되고,

친구 신랑 오셔서 긴급 수혈해도 안되고,

9시면 자동으로 주차장 게이트 잠금 된다 해서

발 동동 구르다 결국 덩그러니 내 차만 휑하게

주차장에 남고 나서야 전문가에게 전화를 합니다.

emergency car insurance 차량이 8분 만에 도착합니다. 키가 작은 스코틀랜드 억양의 젊은 남자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1분 만에 시동을 걸어주고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아......

지독히도 안 풀리던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어 나는 살짝 어안이 벙벙합니다. 이 예상치 못한 야밤의 해프닝에 나는 혼이 쏙 빠졌습니다.

휘황찬란하게 밝은 달은 야속하게도 여전히 아름답네요.

나는 마른오징어 쥐어짜듯 오늘에게 감사를 구해봅니다.

아이들이 친구 집에서 차를 고칠 때까지 따뜻하게

기다릴 수 있어 감사!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세게 쏟아지지 않음에 감사!

회사에서 야근하던 남편이 전화로 빨리 일처리 해줘서 감사!

친구 신랑이 마침 시간 맞춰 집에 돌아와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

위기에 순간에 얼어붙지 않고 잘 헤쳐 나가려 했던

담대함에 감사!

나쁜 운은 빨리 털어버리고 긍정의 힘을 끌어와

내일을 기대하는 재빠른 태도 전환에 감사.

내일은 쨍하고 해가 떴으면 좋겠습니다.

맑게 갠 하늘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영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를 읊조리며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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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크로와상을 손에 쥐여 주네요.

시동을 거는 순간 뜨뜨뜨뚜.... 안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