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했을 때 바라본하늘은 어딜 보고 찍어도 엽서의 이국적인 풍경이 될 만큼 아름다웠다. 스마트폰도 없고 네비도 없이 종이지도를 펼치고안 되는 영어로 물어물어 다니던 시절. 나는 캥거루가 그려진 론닛플래닛 호주 가이드북을 바이블처럼 한 손에 들고 다녔다. 서른 되기 전 딱 1년만 호주 여행을 해보자 떠난 일탈이 이민까지 이어져 아이 둘 낳고 벌써 14년째 살고 있다니... 인생의 길은 참 모를 일이다.
당시 미세먼지가 없던 시절이라한국에서도 계절에 따라 멋진 하늘을 봤지만호주의 하늘은 참 강렬했다. 뭐랄까.. 한참 넋을 잃고 보게 된달까..
그건 단언컨대 아득하게 솟구친 하늘 속의 구름 때문일 것이다.도화지에 파란색 물감을 펴 바르고 선명하게
그려낸 구름모양은 몽실몽실 폭신한 질감이 솜사탕 같고 솜뭉치 같다. 바람이 불면 구름도 빠르게 흐른다.
바다 물 위로 노를 저어 가듯 바람 따라
빠르게 빠르게 흐른다.
"우와... 저거 좀봐. 진짜 멋지지"
운전을 하던 신랑이 호들갑을 떤다.
"응 그러네"
영혼 없는 내 말투에 맥이 빠진 남편은 항상이 멋진 구름을 보고도 감동이 없는 내게안타깝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사실 자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꽃도
별도 좋아하지 않는 내 개인 취향이다. 거기다 더해발에 차고 넘치듯 보아온광활한 평야,
웅장한 대지, 구름 가득 파란 하늘은내 몸에 붙은
한부위처럼 너무 익숙해졌다. 평범이 아주 특별한 순간이 된 것은 코로나로 멜버른이 4달가량 락다운이 실행되고부터다. 당연한 것이 당연히 주어지지 않고늘 곁에 있던 것이 사라지자 모든 게 불안하고 위태로워졌다. 그 무렵부터였나 보다. 구름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헤어진 연인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쓴 노래 가삿말처럼
"항상 옆에 있어서 너의 소중함을 몰랐어. 제발 돌아와, 내가 더 잘할게" 결핍은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마치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처럼 주변에 널려진 나의 것들을 다시 바라보면 꽤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새록새록 발견되어진다. 나의 멋진 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