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06. 뚝딱뚝딱 수제비 반죽 (6일차)
몇 년 전 엄마와 둘이 베트남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어두워진 밤, 혼자 숙소 주변을 돌며 저녁거리를 사고 다녔다. 혹여 이국적인 향이 싫지는 않을까 최대한 한식과 비슷한 음식을 찾아 헤매다 가게들이 문을 닫으려고 해서 더 돌아보지 못하고 겨우 산 게 반미였다.
반미 두 개를 포장하고 혹시 부족할까 싶어 시장에 가서 과일도 사고 한인슈퍼에서 익숙한 주전부리들도 샀다. 아마 누군가 내 모습을 보았다면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을 거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엄마는 그 반미를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때의 안도감은 잊을 수 없다.
낯선 땅에서 엄마는 마치 이불 밖이 두려운 어린아이 같았고 나 역시 호텔 밖이 두려웠지만, 내가 아니면 먹고 이동하는 것들이 잘 안되니 나는 어떻게든 티 내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잘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엄마와 나의 역할이 이미 예전부터 바뀌었다는 것을.
오늘 밥을 하려고 쌀을 씻는데 다시 한번 어른이 된 것 같다. 밥 짓는 일은 항상 엄마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밥을 짓고 있다.
엄마에게 내 힘으로 오롯이 어떤 요리를 해드린 적이 없다. 요리에 취미가 없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기회도 없었다.
오늘 저녁은 엄마와 남편이 둘 다 좋아하는 수제비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치대며 밀가루 반죽을 해본다.
대구탕을 먼저 먹고 2차는 수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