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흐린 기운이 하늘을 덮치고, 하루가 지나니 오늘 아침부터 후두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기압이 낮아서 그런지 컨디션에도 먹구름이 낀 듯하다.
이틀 동안 점심만 간단히 사 먹고 들어오는 정도의 외출만 잠깐 한 것 외에는 이랬다 저랬다 기록할 사건들이 없다. 그저 좀 쉬다가 끼니 챙기고, 오늘 저녁은 뭐 먹지, 내일 점심은 뭐 먹지 같은 찰나의 고민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
책 읽을 결심으로 여수에 4권을 챙겨 왔는데 현재까지 한 권은 다 읽었고, 두 권째 1 챕터를 읽고 있으니 1.2권 정도 읽었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는 더딘 수치지만 뭐 괜찮다. 다 못 읽으면 어떤가. 여행이 끝날 때 얼마만큼 읽었든지 나에게 칭찬해 줄 것이다.
여수에 온 지 8일째. 딱 절반이 지나가고 있으니, 지금까지 살며 느낀 점들을 기록해 본다.
1. 물가가 비싸다.
여자 세신이 3만 원, 남자 세신이 2만 5천 원이었다. (서울보다 5천 원씩은 더 받는 것 같다.) 주유소 기름값, 시장물가 또한 서울과 동등한 수준이다. 이순신 광장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들 또한 비싼 편이다. 더 정확히는 한 개 단위로 팔지 않아서 하나를 맛보려면 2만 원 가까이 지출해야 한다는 구조 때문에 씀씀이가 커진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유명하다는 쑥 초코파이나 갓버터도넛, 딸기모찌 등 모든 가게가 그랬다. 방 값을 제외하고 일주일을 사는 동안 3인 기준으로 110만 원을 지출했다. 그 간 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한몫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체감하는 물가는 '역시 관광도시'이다.
2. 이제 게장은 그만
어느 식당을 가든 기본 찬으로 깔리는 반찬 중 하나는 게장. 심지어 빨간 양념, 간장양념 이렇게 두 종류를 주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간 식당 총 8곳 중 7곳에서 게장을 보았다. 게장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나에겐 별로 메리트는 없지만 게장 좋아하는 분들은 여수 여행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3. '맛'이 있는 도시
맛집 탐험가 남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는 가게마다 맛있다. 밑반찬 종류도 다양하게 깔린다. 100년 가게인 호남갈비에서는 공깃밥을 시키니 갑자기 7개의 밑반찬이 추가로 나왔다. 향일암 (관광지) 근처에서 파는 간식들도 맛있는 먹거리들이 많았다. 길 가다 사 먹은 호떡도 맛이 있다. 수산시장에서 파는 옥수수도 어쩜 그리 찰옥수수에다 간도 딱 맞아 맛있는지! 물가가 비싸다고 느꼈지만,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 많고, 대부분의 가게들이가격만큼이나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다. 실망한 가게들이 거의 없을 만큼, 맛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