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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류 Jul 18. 2021

어른이 될 수 없어요

 젊음은 상대적이다. 어른이라 생각했던 스물은 몸만 자란 어린아이에 불과했고, 안정적인 생활이 시작될 거라 믿었던 스물다섯은 열다섯의 밤보다 어지러웠다. 그리고 스물일곱, 나는 이등병이 되었다. 금방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양은냄비 근성 때문인지 항상 수습해야 할 일들을 넘쳤고, 하나둘 헤집어 가다 보니 자연스레 입대는 점점 미뤄졌다. 그리고 지난 2월 예비군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입대를 했다.


 친구들은 어린 선임에게 존댓말을 쓰고도 반말을 들어야 하는 나를 걱정했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린 선임들은 나보다 이곳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그들이 스물일곱처럼 내가 스무 살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이는 나를 힘들게 한다. 분명 내가 지나온 길임에도 나는 그들의 나이가 부럽다. 많다고 느껴본 적 없는 나이가 이곳에서는 지나치게 느껴진다.


 이따금 한 번씩 그 나이쯤 되었으면 뭐라도 다르겠지라는 마음을 품고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사회생활은 어떤지, 모아 놓은 돈을 얼마나 되는지, 전역 후 자신이 뭘 하면 좋을지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스물일곱이 되지 못했다. 더욱 비참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바라던 스물일곱도 이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곳을 아니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이 나이 먹고 익숙해진 거라고는 고작 양말 신기와 젓가락질 정도이다. 


 이상하게 스스로를 가장 어른이라 여겼던 시점은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7년의 시간을 거쳐 나는 퇴화를 해버린 것일까.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점점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도 이따금 들지만 '어른'이라는 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 정도 되니 어른이란 기준에 의문이 든다.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이제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어른이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의 자격 요견

1. 이별이 익숙해졌나요?

2. 필요할 때 입을 다물 수 있는 자제력이 생기셨나요?

3. 복지리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4.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더 이상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5. 엄마/아빠를 이해하게 되었나요?

6. 복수가 귀찮아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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