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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이라면, 누구든

2019 서울청년시민회의 교통환경분과 홍성결

직업군인에서 환경 활동가로     


예전엔 제가 이렇게 환경에 관심을 가질 줄도 몰랐는데 이렇게 환경과 관련된 정책제안까지 하게 될 줄이야.   작년까지만 해도 직업군인이었거든요.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군 생활을 했지만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 전역을 결심하게 되고 전역 후 1년 동안은 안식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것저것 자유롭게 도전했어요. 요가 강사 자격증도 따고, 뮤지컬 동호회를 하다가 주인공으로 무대도 올라보고, 다양한 교육을 듣기도 했죠. 그런데 1년이 다된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중에서 가장 보람찼던 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 교통/환경 분과에서 정책을 제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여기까지 왔죠.
     

우연히 본 TV 다큐멘터리 한편이 시작이었어요. <플라스틱 지구>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추적한 다큐멘터리였죠.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소비될까요? 그리고 이 플라스틱들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뒤엔 어떻게 될까요? <플라스틱 지구>는 알아서 잘 처리 되겠거니 생각했던 그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가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는 장면을 보여줬어요. 별 생각 없이 쓰는 플라스틱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거대한 더미를 만들고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접하고 나니 충격이 상당했지요. 물고기나 오징어를 먹고 사는 알바트로스의 몸 안에는 비닐과 플라스틱 뚜껑 같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어요.     

저러면 안 되겠구나. 그 작은 마음이 시작이었죠. 꼭 지구를 지켜야겠다! 하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저러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 당장 우리 세대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 자녀와 미래 세대가 망가진 지구를 고스란히 떠안겠구나. 그렇게 되면 안 되겠구나. 그러면 뭐부터 해야 하지? 그렇게 텀블러를 챙기고, 빨대를 쓰지 않고,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꾸고… 이런 소소한 실천들을 하나씩 늘여 가다가 이제는 그게 저의 진로가 된 거죠.     

그린피스라는 NGO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올해 <플라스틱 없을 ‘지도’> 라는 걸 만들었어요. 서울 내에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들을 보여주는 지도인데, 저도 직접 답사를 다니며 조사하고 참여했어요. 캠페인 결과물은 지금 ‘카카오맵’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도 있고요. 아,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놀란 게 있다면 생각보다 환경 이슈에 공감하고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분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앎과 삶을 연결하는 방법, 정책
     

일상에서의 실천과 동시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보고 싶어서 한국환경산업 기술원에서 주관하는 ‘재활용환경성평가’, ‘자원순환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여기서 ‘이론’을 배우는 일은 실천적 ‘행동’과는 상반된 경험이었어요. 환경을 전공한다고 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이 무조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일로서 접근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물론 전문 지식을 공부하면서 얻은 유용한 정보들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쓰레기 처리 설비를 집중적으로 배웠는데 , 이 과정에서 쓰레기를 재생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이미 잘 개발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이를테면 SRF(Solid Refuse Fuel; 고형연료)라고, 재활용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쓰레기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죠.     

하지만 기술 하나 있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SRF 기술만 해도 보통의 쓰레기 처리장이 그렇듯 악취가 발생해요. 인근 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주니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지요. 즉, ‘앎’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걸 ‘삶’적인 부분, 그러니까 일상에서의 실천으로 그걸 보완할 수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죠. 일부 개인들의 선의에 기대기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누군가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쓰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불편을 감수하는 ‘개인’들의 숫자를 확 늘려도 마찬가지예요.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고,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유상 제공한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쓰레기 재생 기술 얘기로 돌아와 보죠. 결국,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피할 순 없어요. 그렇다면 그 쓰레기들을, 지구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 하잖아요. 그 ‘처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누군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처리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이잖아요. 결국 ‘정책’의 힘을 빌려야 하는 거죠. 청정넷 교통/환경 분과에 참여해 직접 정책을 제안하게 된 이유입니다.     

동네에서 ‘재활용 정거장’(분리수거장) 마대를 폐현수막으로 만들어 놓은 걸 보게 됐어요. 앗, 그런데 저걸 서울시 전체로 확장해보면 어떨까? 바로 이 생각이 정책이 되는 거죠. 실제로 해당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제안했고, 수용된 상태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예산을 편성 받게 됐습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에요.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방법은 이미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거든요. 다만 ‘정책’의 역할, 그리고 정책 제안의 역할은 그 방법을 전 사회적으로 촉진시키는 것이죠.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이라면, 누구든.     


2018년,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환경 이슈로 뜨거웠던 해였다고 생각해요. 이제 2020년엔 더 중요해지겠죠.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환경 분야에 대해선 주로 청소년과 청년 세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꼭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의제에요.      

사실 저희 활동에도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어요. 저희가 탁상에 앉아서 회의할 때 소비하는 음료, 다과로도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거든요. 결국 이것 또한 ‘탁상공론’이 아닐까요? 앞으로는 청정넷 안의 모두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보면 좋겠어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인터뷰 프로젝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서울청정넷)에서 2019 서울청년시민회의를 통해 활동하고 논의해온 내용을 나눕니다. 서울청정넷은 청년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참여기구로 청년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발굴 및 제안, 캠페인, 공론장개최 등 다양한 사회적해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글. 채경/ 편집.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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