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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섭 Jan 13. 2019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10

워라밸도 노력이 필요해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워라밸은 지상 과제가 됐다.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 워크쪽으로 너무 기울어져있던 걸 이제 라이프쪽에 무게를 두며 균형 좀 맞추자는 거다. 지당한 말씀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워라밸이라는 말조자 없던 어린 서브작가 시절, 하루 라이프는 오직 '워크'에만 쏠려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하면 감사할 정도였다. 일주일에 2-3일씩 밤을 새며 방송국 화장실에서 씻어야 할 정도로, 늘 일은 폭풍처럼 쏟아졌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원래 직장생활이라는 게 그런 건 줄 알았다. 불평하면 그저 일 하기 싫어하는 애로 낙인찍힐 뿐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꼈다. 요즘은 회사에서 그렇게 일 시켰다간 다 그만둔다. 퇴사하겠다고 면담 신청하면 그나마 양반, 카톡으로 낼부터 못 나온다고 하거나, 아예 잠수를 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부려먹는 회사에서는 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예전엔 꿈도 못 꿨던 워라밸이 이제 가능해진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꿈같은 소리라는 직장인들도 태반이다. 여전히 직장생활은 무거운 쌀가마니를 어깨에 매고 다니는 것처럼 고단한 일이다. 출퇴근길 9호선 지하철에 오르는 직장인들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하나같이 우거지상이다. 1초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처럼 지하철 타러 뛰어다닌다. 회사에서의 전투같은 경쟁이 퇴근길 지하철역에서도 끝나지 않는 거다. 


워라밸, 그 까짓거 개나 줘버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워라밸은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직장에 좀 더 오래 붙어 있으면서, 좀 더 오래 돈을 벌 수 있다. 워라밸은 누가 떠 먹여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의 노력이 아주 절실하다. 


식당 갈 시간도 없어 은박지에 싼 김밥 먹어가며 일하던 시절, 방송작가 딱 7년만 하고 은퇴할 생각이었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못되는 것 같았다. 성질버려 건강버려. 도무지 햇빛이 보이질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7년정도 했으면 적장하다 싶었다. 방송작가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고 다른 직장 알아봐야할 팔자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지금 벌써 19년째 방송 일을 하고 있다. 예상보다 10년을 더 하고 있는 거다. 그 덕에 지금까지 어디 손 안벌리고 혼자 밥 벌어먹으며 부족함 없이 살게 된 거다. 그게 가능했던 건 '여행'이라는 탈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워크와 라이프의 균형은 여행을 통해 가능해졌다. 


여행이 탈출구였다고 하면 그저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에도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했다. 남들 스벅갈 때 커피값 아껴가며 여행적금을 들었고, 밤새고 일 한 다음날 아침일찍 저가 비행기 타고 빡빡한 일정으로 여행을 다녔다. 여유있게 돈지랄한 게 결코 아니었다. 시간과 돈을 아껴가며 여권에 도장을 하나씩 찍을 때마다 직장에서의 고난의 시간들이 희석되는 걸 느꼈다. 직장에서의 고난의 시간들이 견딜만해졌다. 이 고통 끝에는 달콤한 여행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일과 여행을 병행한 덕에 지금까지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가 친절하게 떠먹여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직장생활 오래하고 싶다면, 미치지 않고 직장생활하고 싶다면, 당신만의 워라밸을 위해 노력하시라. 일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으니 찾으시길 바란다. 그래야 인생이 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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