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어느 퇴역 가방의 혼잣말

by 이지완

《캐리어》


비록 골목 한 켠에 쭈그려

잔뜩 치켜올린 눈썹으로

윽박지르고 있지만


나도 한때는 말야

바다 건너 날아다니며

온 세상 구경했다

온갖 것들 넣어 날랐다


텅 비었다고

뻥 차지 마라

무용담 모험담 고생담

내 속에 한가득


여기저기 성한 곳 없어도

나도 한때는 젊었다

너만큼 튼튼했다 그러니

한물갔다고 무시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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