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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Jan 23. 2020

오랜만이야, 부루스케타(Brustchetta)

With collaboration from illustrator 백지은






 지은의 소개로 새로 오픈한 카페 겸 와인바에 다녀왔다. 과연 그곳은 감각적이었다. 버려져있던 공간에 뉴트로 풍을 접목시켜, 간판은 없지만 재생공간의 특성을 살려 이름 뒤에는 ‘우정모텔’과 여관을 뜻하는 장(莊)을 붙인 ‘우정장’이라는 두 개의 상호를 사용했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에 드문드문 최신 유행의 아이템들이 적절이 어우러져있었다. 세련된 듯 왠지 모를 빈틈이 보여서 더 매력적인 인물 같은 공간이었다.



 토요일 낮 세시. 주말 오후의 따뜻함이 낮술을 불렀다. 와인바 메뉴를 훑어봤다. 와인의 종류가 꽤 다양했다. 없던 기대감이 증폭됐다. 곁들일 주전부리를 보며 경탄했다. 세상에 하몽이라니... 이곳이 진짜 내 고향 맞나? 대도시의 와인바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었다.



 메뉴의 구성을 보니 ‘모’아니면 ‘도’였다. 형편없이 겉멋만 들었거나 아주 훌륭하거나. 남은 건 베팅뿐. 와인 사이즈는 고민도 안했다. 당연히 보틀(Bottle)이었다. 적당히 단맛이 나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고르고, 안주를 고심했다. 여러 메뉴들에 호기심이 일었지만 ‘리예트 부루스케타’를 선택했다. 처음 이 메뉴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렸으니까.




 오랜만에 조우한 ‘부루스케타’가 반가웠다. ‘부루스케타(Brustchetta)’는 한때 진행했던 쿠킹 클래스에서 인기가 좋은 메뉴였다.

 ‘부루스케타’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지만, 식전에 입맛을 돋구는 애피타이저나 와인, 맥주 등에 곁들일 한 입 음식(One bite food)으로 적당해 수강생들이 아주 좋아했다. (근사한 비주얼도 한몫했다.) 준비할 재료도 간단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가 쉽다. 적게 드는 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카나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비스킷을 사용하는 카나페와 달리 부루스케타는 식빵이나 바게트와 같이 납작한 빵을 구워 사용한다. 구워진 빵의 바삭함과 토핑의 맛이 입안을 채워준다.  


 부루스케타의 가장 기본적인 레시피는 양파와 토마토, 바질을 활용한 것이다. 양파와 토마토를 사방 0.5cm의 다이스(주사위모양)로 썬 뒤, 신선한 바질을 찢어 넣어 약간의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을 뿌려 섞으면 완성! 먹기 직전에 버무려 수분을 촉촉하게 머금은 양파와 토마토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는 것이 포인트다. 심플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우정장에는 위에서 설명한 ‘토마토 부루스케타’와 돼지고기를 숙성시켜 유럽식 스프레드로 만든 리예트를 활용한 ‘리예트 부루스케타’가 준비 되어있었다. 두 가지 중 ‘리예트 부루스케타’를 선택했다. ‘리예트 부루스케타’는 맛마저도 이 공간을 닮아있었다. 단숨에 ‘아 예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운 자태로 방심시키고, 맛의 감동으로 내 마음속을 훅훅 치고 들어왔다.



 리예트의 진하고 깊은 풍미에 토마토의 싱그러운 맛, 짭짤하지만 기름을 쭉 짜내어 감칠맛이 느껴지는 참치의 맛이 어우러졌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이 모든 맛이 서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균형이 잘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자칫 느끼해질 수도 있는 맛들이 뒤엉켜있지만 단번에 매운맛으로 미각을 반전시키는 역할의 단역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고추기름 소스에 버무려 곁들인 큐브 치즈조각이 바로 그 배우였다! 텍스트로는 차마 다 전달할 수 없는 오밀조밀하면서도 풍성한 맛이 입안을 쉴 틈 없이 채워줬다.


 게다가 이 메뉴를 창조한 주인장의 능수능란함은 가니쉬에서 한 번 더 빛을 발했다. 게르킨 오이피클(초미니 오이 피클)과 하프 커팅 된 청포도를 곁들여 자칫 자극적인 맛으로 단조로움이나 피로함을 느낄지도 모를 입안에 단짠 강약까지 연출했다. 이런 맛으로 혼내주다니..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감히 무지한 내 혀끝이 찾아내지 못한 미각의 세계는 당신이 직접 경험해봤으면 할 정도이다. ‘부루스케타’를 단순히 만들기 편하면서도 예쁘고, 먹기에 맛있는 10분 요리 취급을 했던 나에게 마음 속 강력한 매질을 때린 이 미식체험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가 몰라볼 정도로 멋있게 변해서 내가 알던 걔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면서 잠시 진지하게 바라볼 정도로 동요했다. 역시 음식이든 그 무엇이든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바라보고 탐구했느냐에 따라 깊이의 감동이 달라진다. 이 맛에 반해 못 잊고 글을 쓰고 있는데... 나만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아닌 건지. 지은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더욱이 신기한 것은 내가 이 음식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을때 그림으로 그렸다고 하여 함께 깜놀!)



Ⓒ백지은, Digital Art, 2020


 조만간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 우정장을 다시 찾아야겠다. 달마를 닮은 주인장을 매우 무섭게 칭찬으로 혼내줘야지. 하지만 소심해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고. 되레 내가 또 다른 맛있는 음식으로 혼나고 울며 돌아올 것 같은 싸한 예감은 무엇일까....?






With collaboration from illustrator Baekjieun

https://brunch.co.kr/@bbbbaekjieun#info



이 영감의 모든 영광을 우정장 주인장께


http://instagram.com/friendshipmotel/





*이 글은 협찬도, 와인바 주인분과의 친목에 의해 쓰여진 글도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미식 탐험에 대한 놀라움의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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