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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빅스 Mar 02. 2019

[댐드 유나이티드] - 축구없는 축구영화

I am Special One.

축구감독 중 자신을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 칭하며 승승가도를 올렸던 감독.

전술의 혁신가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중반까지 축구계의 센세이션 이자, 유럽 3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우승을 모두 경험해본 감독.

그 모든 것을 달성한 후 자신을 'Only One' 이라 불러달라는 패기를 가진 감독.

항상 팀을 승리로 이끌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감독.

조세 무리뉴.

물론 최근 감독으로 있었던 팀에서는 성적과 선수단 장악문제로 '스페셜 원' 이라는 칭호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전에 쌓아왔던 업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무리뉴가 '스페셜 원' 이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 잉글랜드가 사랑한 가장 위대한 감독
브라이언 클러프

이 스페셜 원의 원조격인 사람이 있다.

2회 연속 노팅엄 포레스트 에게 유러피언 컵(현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안겨준 잉글랜드가 가장 사랑한 감독, '브라이언 클러프'

화려한 언변술과 언론과의 다툼을 즐기는 성향, 선수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동기부여를 하는 능력, 무리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현재는 노팅엄 포레스트가 챔피언십리그(잉글랜드 2부리그) 소속의 팀이지만 당시에는 현재의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그 위대한 브라이언 클러프의 일대기를 그려낸 영화가 바로 '댐드 유나이티드'다.


돈 레비가 이뤄놓은 것을 깨기 전까지는 전 먹지도, 자지도 않을테니까요.
돈 레비란 이름을 다신 듣지 않게 계속해서 이길겁니다.
전 위대한 감독 브라이언 클러프 이니까요.


브라이언 클러프는 2부리그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더비카운티FC 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주목을 받는다.

그 누구도 더비카운티가 2부리그를 넘어 1부리그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것이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누가 봐도 '누가봐도 약팀' 이었때문다.


이 댐드 유나이티드는 브라이언 클러프가 감독에 부임한 1년뒤인 FA컵 3라운드 대진표를 뽑으며 시작한다.


#애증의 시작

더비카운티의 FA컵 3라운드 상대는 리즈 유나이티드로 결정되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부리그 1위팀, 더비카운티는 2부리그 18위팀으로 전력상으로는 상대가 안되었지만

더비카운티 입장에서는 1부리그 챔피언과 경기를 한다는 의미와 부수적인 수입을 생각한다면 경사였다.

정말 더비카운티 입장에서는 리즈와의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그런 약팀이었다.

그 이전에 브라이언 클러프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돈 레비 감독을 만난다는 사실에 더 기뻐 했다.

돈 레비 감독은 당시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감독이자 전술가로써 브라이언 클러프의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1부리그 팀들에 비해 빈약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2부리그 팀들 중 최하위로 꼽히는 더비카운티.

브라이언 클러프는 더비카운티로 원정을 오게 될 리즈유나이티드를 맞이하기 위해 경기장 정비부터 페인트칠, 화장실 청소 등 몸소 나서며 만반의 준비로 경기날만을 기다린다.

경기 당일, 더비카운티의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리즈의 선수단을 맞이하는 브라이언 클러프.

돈 레비 감독에게 악수를 청하지만 돈 레비는 브라이언 클러프를 무시하고 경기장으로 들어가버린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브라이언 클러프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상실감에 빠져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상실감은 곧 리즈유나이티드와 돈 레비를 향한 증오와 분노로 변하게 된다.


비신사적인 리즈 유나이티드의 플레이와 경기 종료 후 클러프와 한마디 인사도 없이 바로 떠나버린 돈 레비.

자신이 동경했던 대상의 환상이 깨져버리며 증오심만 남게 된다.


브라이언 클러프는 이날 부터 "타도 리즈유나이티드, 타도 돈 레비." 를 신조를 삼고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된다.


# 조력자 '피터 테일러'

브라이언 클러프는 더비 카운티의 전력상승을 위해 뛰어난 선수들을 모두 영입하며 꼴지를 할 기세였던 팀으로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부리그에 안착한다.

브라이언 클러프의 뛰어난 지도력도 한몫 했겠지만 이러한 돌풍에는 '피터 테일러' 라고 하는 브라이언 클러프의 최고의 참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영화에서 '브라이언 클러프'는 뛰어난 전략가보다는 뛰어난 '모티베이터' 의 모습이 많이 비추어지고,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 '피터 테일러'가 브라이언 클러프에게 이것 저것 많이 제안을 하고 클러프를 잘 잡아주는 모양새다.


어느 정도 경기의 방향성과 선수들의 패턴은 파악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피터 테일러가 있음으로 인해서 브라이언 클러프는 감독의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틀풀스에 이어 더비카운티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비카운티의 1부리그 우승의 주역과 클러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피터 테일러가 분명하다.


#축구없는 축구영화
복수의 시간

드 유나이티드는 축구영화 이지만 이 영화에서 축구로 시간을 적극적으로 할애하는 장면은 딱 두번이다

더비카운티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두차례 맞대결이다.

그 두 장면에서도 사실상 축구장면은 없다.

첫 번째 대결은 클러프의 라커룸 미팅과 선수독려 이후 경기의 최종결과만 나오고, 두 번째 맞대결은 클러프가 경기장에 아예 나가지 않고 지하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관중들의 함성과 그림자를 통해 경기를 지켜볼 뿐이다.

경기가 종료 된 이후 클러프는 복도에서 피터 테일러의 미소를 보고 더비의 승리를 알게 된다.

사실상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대결을 왜 이렇게 그려냈을까?

댐드 유나이티드는 영화에서 진행되는 축구의 거의 모든 순간을 숫자로 표현하고 유달리 사람들의 표정을 자주 클로즈업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더비카운티를 통하여 보는 클러프가 아닌 브라이언 클러프를 통해서 바라본 그의 '심리상태' 다.

기어코 이긴다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이후 상승세를 탄 더비 카운티는 1부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잉글랜드 리그의 약팀이 아닌, 1부리그 챔피언인 더비 카운티 이며 그 팀을 이끄는

브라이언 클러프 가 된 것이다.

<댐드 유나이티드>가 재미있는 것이 이 부분이다.

이런 우승을 향한 여정도 '축구영화' 답게 축구하는 장면이 아닌, 더비 카운티가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가는 장면만 보여줄 뿐이다.

어찌되었든 더비카운티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유러피언 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에 진출하게 되며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위기 그리고 추락

클러프의 리즈 유나이티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은 1부리그 우승을 한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유벤투스와의 유러피언 컵 준결승을 앞두고 리그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와 맞붙게 되었는데, 주전선수들을 모두 기용 할 정도 였으니.

당연히 감독 입장에서야 라이벌을 꼭 이기고 규모가 더 큰 대회에서도 이기고 싶은게 당연할테지만,

클러프는 아마도 보통의 감독보다도 어떻게든 라이벌을 꺾어 버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더 강력했을 것이다.

이런 클러프의 성향과 다음 주에 있을 유벤투스와의 경기를 걱정한 구단주는 후보 선수 들도 기용하라고 조언하지만 클러프는 오히려 구단주에게 막말을 하며 본인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하지만 구단주가 걱정한대로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다수의 주전선수들이 부상당하며 유벤투스와의 준결승 역시 패배하고 만다.

클러프는 이 경기 직후 언론에 공개적으로 이사회를 비판하다 갈등을 빚게되고 더비 카운티에서 경질 당한다.

어떻게든 더비 카운티 감독으로 복직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을 써보지만 클러프는 자신이 데려온 선수가

더비 카운티의 감독이 되는 정말 눈 뜨고는 못 볼 상황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부리그의 하위권 팀이었던 더비 카운티를 1부리그 챔피언으로 만들어 놨더니 3부리그의 하위권 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서 감독으로 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물론 '피터 테일러'와 같이.

돈이 있던 사람이 없어지면 못 살듯이 클러프는 이런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피터의 설득과 마땅히 선택지가 없었던 상황이라 수락하게 된다.

그러나 또 반전이 일어났다.

자신의 숙적 '돈 레비'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되며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이 공석이 되었는데,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클러프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피터 테일러' 와 같이.

클러프는 이미 브라이튼의 감독직을 수락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숙적의 팀을 이끌기 위해 리즈 유나이티드 의 감독직을 수락하게 되는데 이 때 피터와의 의견이 맞지 않아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 끝없는 추락. 그리고 44일

브라이언 클러프의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직 수락은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굉장히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클러프의 리즈 유나이티드에 대한 악감정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언론에서도 '돈 레비'와 리즈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해왔기 때문이었다.

클러프가 자신이 제일 싫어했고, 그렇게도 꺾고 싶어했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된 이유는 내가 분명 '돈 레비' 보다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의 임기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리즈에서 10년 가까이 돈 레비 의 방식아래 길들여진 팀 시스템을 한 순간에 클러프 자신의 방식으로 바꾸려 하다보니 자연스레 주전선수들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클러프가 뛰어난 전략가 보다는 '모티베이터' 의 모습에 가까운 성향도 리즈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클러프를 따르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한 가지 였다.

팀을 위해서 몸을 던진 것이 아닌, 돈 레비보다 낫다 를 증명하고 보니 자연스레 팀은 하나로 뭉칠 수가 없었고 팀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경기에서 태업을 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4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 없는 리즈 유나이티드를 감독 취임 후 단 44일만에 리그 꼴지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과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경질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TV프로그램에서 돈 레비를 만나 자신의 치기를 전국에 드러내기까지 한다.



브라이언 클러프요. 브라이언 하워드 클러프.


피터 테일러 없이 홀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과 어색함. 10년 이상 리즈에 장기집권했던 돈 레비 이후 모든 것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

44일만에 감독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클러프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제목처럼 DAMNED(거지같은, 지옥같은) 

같은 시간이었다.


'피터 테일러'와 '돈 레비'는 브라이언 클러프의 성장의 자극제 라고 할 수 있다.

하틀풀스를 거쳐 더비 카운티 그리고 브라이튼 앤 호프 알비온 까지 오랜 기간동안 감독과 코치 역할을 함께 해온 '피터 테일러' 는 다혈질 성격에 노출되기를 좋아하는 클러프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뛰어난 선수를 보는 안목까지 클러프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첫 만남에 클러프의 악수를 무시한 작은 사건을 시작으로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클러프의 야망에 불을 지펴  준 '돈 레비'.


클러프는 절대로 형편없는 감독이 아니었다.

항상 우승권에 근접해 있던 리즈 유나이티드와 달리 2부리그 꼴지 였던 자신의 팀 더비 카운티를 열정 하나로

1부리그에 안착시키고 리즈 유나이티드를 넘어 1부리그 우승까지 해버리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감독 이었다.

이 정도면 감동적인 성장영화 한편 봤다고 할 만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클러프 자신 외에 그의 커리어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보여준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명장과 당시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결과는 좋지 않았을까?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사실을 기억 한다면 무척 쉽다.  

선수와 감독 간의 화합, 그리고 소통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은 그 자리에 경질되어 자리에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조세 무리뉴'를 생각해 본다면 매우 쉬울 것이다.

둘은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다.

브라이언 클러프 - 피터 테일러 같이 조세 무리뉴는 루이 파리아(현 알 두하일 감독)와 함께 약팀을 맡아 축구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점.

어느 순간 부터 홀로 활동하며 라이벌 팀을 맡았다가 끝이 좋지 않았던 점, 그 라이벌 팀에서의 주축 선수들과 불화로 성적부진까지 이어져 경질 당한 점.

더 하나 놀라운 사실은 무리뉴가 자신이 브라이언 클러프와 매우 비슷 하다고 언급까지 했던 점이다.

(링크 참조)

https://www.skysports.com/football/news/11668/10064539/chelsea-boss-jose-mourinho-reveals-admiration-for-brian-clough

어찌 되었던.

[댐드 유나이티드]는 축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축구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 신기한 영화이다.

초점이 <축구>가 아닌 그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있다.

스포츠 영화의 일반적인 스토리 라인(승리를 향해 달려가며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쟁취하는)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성공이 아닌 실패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본다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지나치게 자신을 믿고 자만하는 것에 대한 경계 그리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정확함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안되면 축구팀은 경기에서 질 수 밖에 없다. 서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클러프는 실패했고, 무리뉴도 실패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클러프는 더비 카운티에서 경질되기 직전에 저질렀던 실패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의 저질렀던 실패를 바탕으로 무명팀이었던 노팅엄 포레스트를 이끌고 2회연속 유러피언 컵을 우승하는 것을 또 숫자로 확인 할 수 있다.우리는 어떠한 것들을 되새기며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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