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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Nov 28. 2020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환경보호 일상

믿는 사람들의 연대



나는 환경보호 관련 오픈채팅방에 속해있다. 약 160명이 좀 넘게 있고 항시 활발한 오픈 채팅방에서는 주로 기사, 영상이나 정보공유, 개인적인 실천을 공유한다. 지구가 걱정되어서, 당장 미래가 걱정되어서, 동물들이 걱정되어서.. 다 다른 동기로 모여든 사람들은 이 작은 채팅방에서 하나의 가치관을 공유한다.

기후위기와 환경파괴의 심각성이 날로 악화되는 현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는데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혼자 걱정하고 혼자 실천하는 일은 정말 너무나도 힘 빠지는 일이다.


'텀블러를 깜빡하고 안가져 온 날에 길거리에서 갑자기 갈증이 난다. 사람들이 일회용컵에 차가운 커피를 손에 들고 지나간다. 아 더 먹고싶다. 나도 저 차가운 얼음이 동동 띄어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입만 하고싶다. 오늘 왠지 카페인이 필요한 것 같은데.. 길을 오다 마트에 즐비한 과자들이 보인다. 새로나온 저 과자 맛있다던데... 아니야 과자가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어 얼마나 새롭겠어 비슷한 그맛이겠지.. 갖가지 유혹을 꾹 참고 집에 돌아와서 보리차를 벌컥벌컥 마신다. 몇 분뒤 가족들이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신나게 집에 들어온다. 거대한 플라스틱에 담긴 차돌박이, 일회용커피 한박스, 2리터짜리 생수병, 오렌지주스, 맥주, 바스락대는 과자들이 쏟아진다.' ㅎ... 아 이 허탈감. 무력감.


(이제 나는 고기를 즐기지 않겠다고 수차례 말했고 물어볼때마다 고기가 아닌 다른 메뉴를 택했다. 집에는 반찬이 넘친다. 일회용 커피 없이도 이미 창고에는 가루커피가 병째로 있고 생수병이 없어도 우리는 보리차를 끓여마시고 있다. 오렌지주스가 너무 먹고싶었다면 살 수 있지만 그래도 나라면 종이팩에 담긴 오렌지주스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과자를 즐기는 사람도 딱히 없다! 그리고 집에는 장바구니가 큰것부터 작은것 까지 색깔별로 있지만 아무도 들고 나가지 않아서 비닐봉지에 담아온다)


혼자 걱정하고 혼자 실천하는 삶의 단편이다.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는 이제껏 이렇게 살아왔고 이 방식에 의심해온 적 없었다. 내가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정도로 너도 그만큼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할 수도 없다. 개인이 아닌 가족구성원들이 갑자기 생활방식을 바꾸는 건 더 기적같은 일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환경파괴에 대한 안방연설을 하고 실천을 하는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보여주는데도 그래서 나더러 어쩌란 소리냐며 조금의 공감도, 개선의지도 보이지 않는 태도는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일에서든 굉장한 동력이 된다. 그 일이 아무리 사소하고 귀찮은 일일지라도. 내가 실천하는 일상적인 환경보호일들은 함께 나누면서 나에게도 보람있는 일이 되고 누군가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된다. 긍정적인 시너지가 쌓이면서 결국 우리는 이 작은 실천들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환경보호에 관심가지면서 그린피스나 환경운동연합 등 으로부터 좋은 청원이나 서명할 일이 있으면 꼭꼭 다 하고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주변인들에게도 공유한다. 누군가는 이런거 백날 해봤자 뭐하냐 달라지는 거 없다, 그럴시간에 전기나 아껴라, 같은 말을 한다. 내가 서명한다고 청원한다고 당장 바뀌지 않은 거라는건 나도 잘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라도 필사적으로 할만큼 절박할 뿐이고 우리의 작은 행동이 안보이는 영향으로 천천히 퍼져나갈 것이라고도 내심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떨때는 이 무언의 한 마음들이 모아져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얼마전에 메일함에 반가운 제목이 보인 것이다. '어제 드디어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어요'. 그리고 현재 정부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들을 고안하고있다.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개인들은 남들보다 더 동물을 사랑하거나 더 고상해서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우리 삶을 더 걱정하고 그래서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사람들.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를 위해서. 작은 행동들이 결국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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