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적인 것들이 되려 본질을 해칠때

영화 김씨표류기

by 비전문전문가

남자 김씨는 도심과 가까운 외딴 섬에, 여자 김씨는 도심 속 작은 방에서 표류한다.


그들도 한때는 사회 속에서 많은 관계를 맺으며 많은 정체성을 지니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그 많은 관계들은 다 끊어내고 싶을만큼 힘겨워지고

내가 가진 이름표들에 달아나려 애쓰다 나의 위치는 숨고싶을만큼 위태롭다.

결국 나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자 결심까지 했던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다 저편으로 넘어가고 이젠 정말 끝내고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삶에 대한 미련이나 의욕도 따로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예고없이 고개를 들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존의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그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죽으려했던 불모지같은 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남자는 생애 최고로 의욕적이고 활력적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더 편하게 잠을 자기 위해서, 짜장면을 해먹기 위해서 살아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 작은 공간에 숨은채 여자는 밤하늘 달을 올려다 보고는 했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섬에서 이상하게도 혼자 열심히인 정체불명의 남자가 여자의 렌즈에 담긴다.

스크린샷 2019-05-25 12.24.43.png


Fine thank you, and you?


둘은 작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의도치 않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다.

이후 그 창문을 넘어 작은 인연들을 쌓다가 결국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연결'의 기쁨과 힘을 얻는다.





사람들은 가끔 너무나 애처롭다.

행복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어 길을 잃고 고통을 삼킨다. 겨우겨우 피해왔더니 돌아가란다. 여기에는 니가 찾는 행복이 없다고. '너'는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척하게끔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오직 타인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러니 어쩔 수 없게도 웃으려면 반드시 울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그저 나의 삶이 나만의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완벽할 거라고. 그러나 곧 혼자로는 완벽할 수는 있어도 그 어떤 감정의 명암도 색채도 결코 모를 것임을 알아차린다.


긴 밤이 시간이 흘러도 캄캄하기만한 즈음에는 차라리 한낱 동살도 필요없으니 그만하자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어쩌다 마주한 부서지는 아름다움에 슬쩍 설레이고 가슴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연히 당신과 어깨를 부딪히는 일도, 서로의 미성숙함 때문에 얼굴을 붉히던 때도

그 나름대로 반가움이었고, 그리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