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닐 May 28. 2019

필수불가결한 당신이기에

영화 바그다드 카페 (1987)


미국 라스베가스 근처 routh 66의 사막 한 가운데서 나타난 이방인

행선지가 사라진 그녀가 무턱대고 찾게된 작고 낡은 바그다드 모텔과 그 옆의 카페

그곳에는 그녀처럼 남편과 이별 후, 홀로 아이들을 짊어지고 생계를 꾸리는 주인여자가 있다.


hello, stranger?

팍팍한 현실에 만성적으로 신경질적인 주인여자와 아직 순수한 그녀의 아이들에게 낯선 이방인인 독일 여자가 스며들며 그들이 가진 작고 소박한 삶의 터전을 채색해나가는 과정을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이게 담아낸다.

오래된 영화답게 21세기의 시청자인 내가 보기에는 연출과 전개가 다소 낯설다. 초반 30분동안은 영화가 이렇게나 오리무중식으로 전개 될 수도 있나, 싶었다. 시작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영화였다. 하지만 보다보면 나도모르게 이들의 미소에 따라 포근해지고 이유 모를 눈물도 날 것만 같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



우연히 떨어진 지구의 반대편처럼 낯선 곳에서 정착하고 융화된다는 것

 


일상의 순박한 예술가들 혹은 화합가들이 펼치는 영화적인 무대

퀴퀴한 이 곳은 예술과는 멀어도 너무나도 멀 것만 같다. 그렇지만 이 곳에는 소리도 나지 않는 건반으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카페 안에서 둥당둥당 연주를 하는 주인여자의 아들이 있다. 단골들은 이제 더 이상 손님도 아닌 분위기고 그들에겐 피아노 소리는 항상 듣던 소음일 뿐이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왔다는 늙은 화가가 있다. 그는 영화적인 동네를 이야기하며 야스민에게 커피를 타준다. 

아무도 몰라주던 피아노 연주에 가까이 다가가 의자에 앉던 순간, 늙은 화가와 그의 캔버스 앞에 앉은 순간

그녀는 그들이 가진 예술이란 그림자에 뚜렷한 형체를 주게된다. 


국적도 출신도 다르다. 피부색도 다르고 직업과 성향도 다른 이들이다. 

이렇게나 '다름'으로 연결된 이들이 하나의 융화로 커다란 화합을 갖게되는 서사는 뻔한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두 여성의 관계가 주된 이 영화에는 절규도, 자극적인 갈등도 없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간다. 



원래 멋지던 것들이다. 항상 멋질 수 있던 것들이다. 



이 곳의 사람들에게 야스민은 단순하고 척박한 곳에 피어난 신기루같은 꽃과 같았다.

필요한 것은 대단한 마법이 아닌 마술이었고 마술같은 그녀의 존재가 사막을 온기로 포근하게 채운다.


힘껏 던져진 부메랑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이 곳의 구원과도 같았던 그녀가 다시 돌아오고

이제는 높이 세워진 간판들처럼 그녀도 이 곳에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에 안도하게 된다.




I'm calling you

나는 당신을 끊임없이 부른다. 이곳의 나에게 필수불가결한 당신이기에 



조용하고 이상하다. 낯설고 외로운데 집보다 편하고 가족보다 위로되는 희한한 최면같다. 

투박하지만 순수하고 흙 냄새와 더불어 살 냄새가 진해 잊을 수 없을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부수적인 것들이 되려 본질을 해칠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