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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May 25. 2019

부수적인 것들이 되려 본질을 해칠때

영화 김씨표류기

남자 김씨는 도심과 가까운 외딴 섬에, 여자 김씨는 도심 속 작은 방에서 표류한다.


그들도 한때는 사회 속에서 많은 관계를 맺으며 많은 정체성을 지니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그 많은 관계들은 다 끊어내고 싶을만큼 힘겨워지고 

내가 가진 이름표들에 달아나려 애쓰다 나의 위치는 숨고싶을만큼 위태롭다. 

결국 나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자 결심까지 했던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다 저편으로 넘어가고 이젠 정말 끝내고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삶에 대한 미련이나 의욕도 따로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예고없이 고개를 들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존의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그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죽으려했던 불모지같은 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남자는 생애 최고로 의욕적이고 활력적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더 편하게 잠을 자기 위해서, 짜장면을 해먹기 위해서 살아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 작은 공간에 숨은채 여자는 밤하늘 달을 올려다 보고는 했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섬에서 이상하게도 혼자 열심히인 정체불명의 남자가 여자의 렌즈에 담긴다. 


Fine thank you, and you? 


둘은 작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의도치 않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다.

이후 그 창문을 넘어 작은 인연들을 쌓다가 결국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연결'의 기쁨과 힘을 얻는다. 





사람들은 가끔 너무나 애처롭다. 

행복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어 길을 잃고 고통을 삼킨다. 겨우겨우 피해왔더니 돌아가란다. 여기에는 니가 찾는 행복이 없다고. '너'는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척하게끔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오직 타인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러니 어쩔 수 없게도 웃으려면 반드시 울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그저 나의 삶이 나만의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완벽할 거라고. 그러나 곧 혼자로는 완벽할 수는 있어도 그 어떤 감정의 명암도 색채도 결코 모를 것임을 알아차린다. 


긴 밤이 시간이 흘러도 캄캄하기만한 즈음에는 차라리 한낱 동살도 필요없으니 그만하자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어쩌다 마주한 부서지는 아름다움에 슬쩍 설레이고 가슴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연히 당신과 어깨를 부딪히는 일도, 서로의 미성숙함 때문에 얼굴을 붉히던 때도 

그 나름대로 반가움이었고, 그리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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