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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May 21. 2023

노트를 지니고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요즘 하는 생각들


생각이 많은데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노트를 늘 지니고 다녀야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인 지금같은 경우라면 더욱이나!

사실 예전부터 이 습관을 들이고 싶었는데 가지각색의 이유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행히도 (?) 대중교통 이용 시간만 하루에 2시간이 넘으니 지금에서도 안하면 그건 그냥 평생 이루지 못할 소망 같았다. 

그래서 드디어 매일 노트를 지니고 다니기 시작했다.

손바닥만한 검고 부드러운 노트에 집에 있는지도 몰랐던 꽤 좋은 펜을 꽂아다닌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지하철에 앉아 잠시 멍때리다보면 언제나 곧 어떤 의문이나 흥미로운 것들이 생각이 나는데 그때 바로 노트를 펼쳐서 적으면 된다. 예전에 한두번 이 습관을 들이려 시작했을때는 뭔가 거창하거나 작은 의미라도 있는 단상이나 드로잉을 남기려고 했다. 하지만 매일 그게 될리가 없다. 이게 바로 매번 습관이 되지 못한 이유였던 것 같다. 이제는 아주 다르다. 그 어떤 의미도 구태여 잡아드려 하지 않는다. 뭐든지 그냥 적기. 그냥 기록하기. 이것이 현재 내 노트습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대전제이다. 


이 노트에 처음 적힌 기록 (글씨가 정말 죽쒀놔서 따로 타이핑이 필요하다..)

매일 뭐라도 기록하고 싶어서 갖고싶어했다. 그런데 뭘 기록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 어떤 것이든 기록되지 않으면 내 일년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느껴져서 조바심이 막 들어서? 

그제는 피스 온더 테이블에서 도자 (그릇)을 만들었다. 나는 -__- 이런 그릇을 만들었는데 영은이는 'ㅁ' 이런 그릇을 만들었다. 선생님은 그릇에 무엇을 담고싶냐고 물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영은이는 찌개요. 라고 답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담겨있어도 존재가 잘 느껴지도록 까만 유약으로 발라달라고 전했다. 







이 글을보면 내가 어떤 마음에 노트를 쓰기 시작했는지 시간이 지나도 잘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흔들림없이 찌개요. 라고 대답한 영은이의 확고하고 작은 목소리에 웃음이 났던 것도



이때를 포함해서 내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들은 보통 존재의 힘, 단단한 영혼, 소리의 형태, 예술과 예술가, 지나간 것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었다. 모아놓고 보니 정말 이것들을 벗어난 생각이 없었다는게 신기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가

그러나 아무도 이 예술을 창조해주세요 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기대와 관심,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예술을 계속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결하고

지독한가?









적나라하게 의식의 흐름대로 적히는 기록들이 다시보면 웃기다. 

근데 이 글에도 기록되있지만, 지나간 것들에 그리움을 갖게 되는건 정말 왜 그런걸까? 

심지어 어떤 개인적이고 실체적인 향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자주 드는 의문이지만 최근들어 샤크라의 난 너에게를 들으면서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1996년도에 발매된 원곡인 피아노의 체념을 한곡 반복하면서 이 주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 

진짜 이상한 일 아닌가? 내가 실제로 어렸을때 알던 노래도 아니다. 

그냥 이상하게도 처음 듣자마자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나의 어떤 정신적 척추로 바로 들어오는 것 같은 소리들이 있다. 그리고는 처음 듣는 이 소리를 나는 굉장히 그리워했다고 깨닫게된다. 도대체 그런 착각들의 근원이 나는 무엇인지 알고싶다. 그냥 이런 노래들이 명곡이라는 건가? 인간이라면 듣고 감동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소리같은게 있기도 하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색소폰의 멜로디를 나는 도무지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렇게 과거의 무언가에 언제나 감동하면서 현재를 사랑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 

이 아쉬움이 들면 나는 간편하게 '요즘은 낭만이 없어서 그렇다' 라고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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