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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Mar 10. 2024

홍콩의 시네마티크와 게스트하우스 '완탄면'의 조합

여행 셋째날

https://youtu.be/JEsWJJbO7-0?si=3RIs0rsywUXzOsQp 
유튜브에 업로드한 홍콩여행 기록영상..


- 삼일차, 드디어 이 구린 게스트하우스를 벗어난다. 체크아웃을 한후 캐리어를 끌고 스케쥴(?)을 소화했다. 이 날은 진짜 쌀이 너무 먹고싶어서 거위고기 식당을 찾아갔다. (홍콩에는 이런 고기구이 식당이 많은데, 이런 메뉴를 뭐라고 통칭하더라? 뭔가 있었는데..) 이런 메뉴의 비쥬얼은 약간 그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돼지가 되버리는 엄마아빠가 맛나게 먹던 윤기 좔좔 고기덮밥..


 

- 오전 열한시쯤에 도착했는데, 여행객 하나 없는 아주 로컬의 골목이었고 식당 안에는 동네 단골 아저씨 몇명이 아점에 술을 한잔씩 걸치고 있었다.

 홍콩에서 보기드문 친절하고도 세심한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아줬고 정말 만화처럼 윤기가 좔좔...(약간 과하게) 흐르는 거위다리 덮밥이 나왔다. 한 입먹고 왕 맛있다~ 했는데 세번째부터 이 참을 수 없는 느끼함에 위험을 감지했다. 그래도 같이 시킨 아이스레몬티 덕분에 달래면서 거의 다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거위고기는 아주 기름진 고기였다. 껍질과 살고기 사이에 기름층이 아주 많았다. 아저씨들이 먹는 걸 보니 거위고기랑 돼지고기가 같이 있는 걸 드시던데, 다음엔 나도 그걸 먹어봐야겠다.. 나는 원래 김치를 별로 안찾는데, 아 진짜 김치같은 그 무언가가 이쯤 너무 절실했다.



홍콩의 브로드웨이 시네마티크

- 도전정신으로 포장할수 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네마티크를 찾아갔다. 네오선 로드 부근에 있는 동네 독립영화관 같은 곳인데, 외관은 투박하지만 1층에 있는 서점 카페도 멋진 공간이고, 영화 관련 굿즈와 디비디를 판매하는 공간도 잘 되어있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시네필들은 꼭 찾아온다는.. 전날 밤에 상영표를 보니 비정성시(1989년, 대만)가 이 날 두번 상영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영어 자막이 나오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때문에 현장에서 에매하고 관람했다.

- 다행히 광고에도 영어 자막이 나오는 곳이였고 영화를 이해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작품 속에서 양조위는 후천적 농아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양조위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이미 눈빛만으로 완전한 연기를 하기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일제치하 40년대 대만에서 낮은 음으로 진동하던 시대의 슬픔을 체감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 홍콩을 다니면서는 이상하게 자주 배가 고팠다. 영화가 거의 3시간에 육박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 양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영화관에 나와서 곧바로 딤섬을 먹으러갔다. 푸키 ? 라는 이름을 가진 딤섬 가게인데 원래는 인기 많은 식당이지만 내가 찾아간 시간대가 애매해서 혼자 반주하시던 아저씨랑 나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아직 할머니라 하기에는 젊은 아주머니가 친절했던 기억이있다. (보통은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친절하면 기억에 남는다) 대충 하가우가 맛나다는 리뷰를 본 것 같아서 하가우랑 불패의 레몬티를 주문했다. 작은 나무판에 정말 작고 귀여운 새우 딤섬 네알이 나온다. 작고 소중하다. 그리고 진짜 맛있었다. 새우의 식감이 통통하고 딤섬의 피가 아주 쫄깃-했다. 딤섬은 원래 찹쌀로 만드는건가? 이 때 처음 궁금해졌다. (많은 걸 궁금해 하지만 절대 찾아보지는 않는 나의 습성..)


숙소 찾아가는 길에 하늘과 건물 색들이 귀여워서 찍은 장면..

- 다음 숙소 체크인을 하려 갈려고 마을버스를 탔다. (홍콩에서 마을버스를 2번정도 탔는데 두번 다 조금 어려웠다. 일반 버스랑은 다르게 표지판이 없는 곳도 있고 구글맵에서 뜨는 도착시간도 가볍게 무시된다.) 두번째 숙소 역시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몽콕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tai kok tsui 라는 곳에 있다.


- 호스텔의 이름은 'wontanmeen'. 한국으로 치면 '칼국수 민박' 정도의 느낌일까? 첫번째 숙소에서의 불운을 만회하듯 이 숙소는 모든게 완벽했다. 내 인생 최고의 숙박경험! (바이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힙한 외국인 친구들은 알아서 찾아오는 그런 곳인 것 같았다. 사실 혼자 해외여행을 떠날때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가 되는게 그 무엇보다 기대되는 일인데 이 곳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되었다.


-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친구는 싱가폴에서 온 denise, 캘리포니아에서 온 Angie, 독일에서 온 Jenny. 그리고 사실 이 숙소에서 가장 좋은 것은 호스트 분들이다.



- 둘의 예술적 감각으로 숙소의 구석구석이 손수 건축되어있고 하루에도 몇번씩 들리기 때문에 관리도 잘 되어있다. (진짜 바이럴 아닙니다)


- 이들이 가꿔놓은 건물은 구조가 독특한데, 특히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발코니 같은 공간이 그렇다. 여기는 따지고보면 실내가 아니라 그냥 쌩 실외인데, 천장이 아예 뚫려있는 곳이 그리 넓지 않아 완전히 바깥이라는 느낌은 처음에 들지 않는다.

침대가 있는 방은 이층침대에 조금 빡빡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잠들기 전에는 이 공간에서 앉아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조금 인내심은 필요하다)



실내인듯 실내아닌 발코니와 복도의 경계.. 멋지죠..
시네마티크에서 사온 엽서들ㅎㅎ.. 제가 좀 더 부자였다면 카메라 모양 뱃지같은 것도 왕창 사왔을텐데..(?)


- 아무튼 숙소에서 잠깐 전자기기와 내 체력을 충전을 하고 해가 조금 지기 시작할때 몽콕 거리로 나섰다. 몽콕의 밤 풍경을 또 담으러 가지 않을 수 없지~ 딱히 목적지 없이 걸으면서 캠코더에 풍경을 담는 여유로운 시간이 좋았다. 몽콕을 조금 걷다보면 레이디스 마켓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약간 배고픈 느낌에 에그와플? 을 먹었다. 동글동글 뽕뽕뽕 하게 생긴 홍콩의 와플. 그냥 간단히 배채울 겸 사먹은건데 내입맛에 맞았다. 나는 늘 이렇게 아무맛도 없는 걸 좋아한다.


- 그리고 이 날은 잠옷으로 챙겨왔던 티셔츠를 바깥에서 입었기 때문에 당장 잠옷이 필요했는데 결론적으로 여기서 만28세가 입기엔 조금 우스운 잠옷을 샀다. 지나가다 우주패턴 (놓칠수없다)이 눈에 띄어 하필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내가 제발로 들어선 이상 이 잠옷부스 사장님은 결코 나를 빈손으로 나가게 할 수 없었다. 100으로 치면 55정도 맘에 든거라 129 HKD 라는 가격을 듣고 흠 그냥 한번 돌아보고 올게요, 하고 가려했더니 갑자기 눈을 지그시 감으시며 얼마에 사고싶니? 하셨고 나는 여기에 세게 나가지는 못하고 100 정도..? 라고 해버렸다. 주인장은 듣고 살짝 웃으며 그럼 110~? 하시는 게 아닌가. 아앗 그냥 다시 올게요 ^0^ 하고 가려하니 그래그래 100! 100에 가져가렴! 하셨다.. (사실 홍콩의 야시장은 처음에 부르는 가격에서 반절 깎아도 될만큼 바가지로 운을 띄운다)

- 사자마자 나는 아 이걸 왜 샀지.. 하며 약간의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홍콩 야시장의 공격적인 흥정 전략에 겁도 없이 성큼 들어선 탓이다. 그리고 주인장은 계산을 해주며 이것 저것 내 칭찬을 해줬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바꿀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날 이후로 만 5세같은 잠옷을 입고 게하를 누비게 되었다. (이건 수치스러워서 사진을 못 올리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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