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수습기자 일지
이제 완벽하게 사회부로 배치받은 후 정말 정신이 없었다. 여전히 아침마다 경찰서를 가고 있으며 그다음에는 구청을 방문하고 이후 회사로 복귀해 하루를 마감했다. 월요일 오후 회사에 복귀하던 중 출입처가 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얘기를 듣자마자 아주 당황스럽고 황당했는데, 사실 이렇게 바로 나에게 출입처가 떨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몇 개월은 지나야 간신히 수습 딱지라도 떼야지 출입처 배정을 할 줄 알았는데, 많이 당황했다. 그래도 다행히 2주 연속 출근하던 구의 경찰서와 구청을 맡게 됐는데, 나름 위안이랄까. 그렇게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사실 요즘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 내가 꼭 아무런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기분이랄까. 얼마 전 우리 지역에 큰 집회가 잡혔다. 타 회사 동기에게 집회 소식을 듣고 담당 선배와 캡한테 참석해도 되는 지를 묻고 난 뒤 현장에 갔다. 하필 현장 시간도 어정쩡한 1시였는데, 점심도 먹지 못한 체 바쁘게 갔다. 나름대로 사진도 찍고 현장 분위기 스케치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회사로 복귀했다. 다음날 내가 쓴 부분은 실리지 않은 신문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우울함을 가져다주었다.
열심히 해봤자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후 다른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도 내가 쓴 부분이 잘린 걸 보고 많이 허무했다지. 속도 많이 아프고 말이지. 예전에는 내가 쓴 기사가 얼마나 신문에 나왔는지 보다 그냥 내 이름이 기사에 나오는 게 좋았다. 그러나 요즘은 과연 내가 쓴 부분이 얼마나 기사로 나갔는지를 보는데, 그럴 때마다 속이 많이 상하다. 꼭 내가 쓸모가 없는 느낌이랄까. 선배들은 기사를 잘만 써내는데, 나는 머지라는 생각과 함께 갖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얼마 전 우리 회사에서 이직하신 선배를 구청 기자실에서 볼 수 있었다. 선배에게 이러한 상황을 말하니 네가 기사를 못쓰는 건 당연하다면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기사를 처음 쓸 때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를 알려주시기도 했다. 또 네가 열정이 있네 보기 좋다면서 칭찬해 주시기도 하셨는데, 나름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딱히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다. 언제쯤 내가 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열심히 하기보단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하루다.
*상단 이미지 출처: 구글(google) '막막함'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