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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i Nov 26. 2019

들이대야 살아남는다

지방지 수습기자 일지

수습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수많은 전문 지식도 아니고 세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눈도 아닌 바로 '용기'이다.


용기가 가득한 자만이 들이댈 수 있을 것이며

용기가 넘쳐야지만이 누구에게나 말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용기가 있어야지 어느 사람에게나 전화 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가 부족한 나로선 매일매일이 죽을 맛이다. 



경제부 '전통시장 취재'


경제부에서 교육받을 때, 선배의 과제로 전통시장에 방문했다. 

청년 상인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점이나 해결해야 될 점 등을 알아보고 인터뷰해서 오라고 하셨다.

넓은 전통시장에서 어렵게 어렵게 젊은 상인들을 찾아 말을 걸면 대부분이 거절하셨는데, 연속으로 4번이나 인터뷰를 거절당하자. 더 이상 인터뷰를 묻는 게 무서워졌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미리 겁을 먹기 시작했다. 결국 앞서 성공한 3명의 상인분들과 인터뷰로 마무리하게 됐다.

선배께 다들 너무 인터뷰를 안 해주신다고 말씀드리니 당연한 거라고 말하셨다. 개인적인 방법을 연구해 인터뷰를 끌어내야 된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 일례로 음식점 주인 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무엇이라도 하나 사 먹으면서 말을 꺼내는 방법이라던가, 옷 가게 주인 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옷과 관련해 정보를 물으면서 친근함을 드러낸 후 인터뷰를 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야 된다고 알려주셨다. 선배가 알려주신 팁이 있음에도 인터뷰를 한다는 건 왜 그리 어려운 건지. 



사회부 '유니클로 취재'


최근 유니클로 감사제 관련해 취재를 나갔다. 사진도 함께 찍으라는 선배의 말에 유니클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뒷모습들을 찍었다.(사진부 교육 당시 초상권에 뒷모습은 포함되지 않는다 배웠다.) 한참 현장 스케치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툭툭 치는 인기척에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한 40대 여성분이 "직원이세요?" "아닙니다" '그러면 민감한 시기에 왜 사진을 찍냐!"며 버럭 화를 내셨다. 순간 어떻게 해야 될지 당황했다. 천천히 상황을 설명드리고 죄송하다고 한 후 찍은 사진을 지움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한번 사람들의 집중을 받고 나니 또 왜 그리 민망한지 용기가 싹 사라졌다.  기사에 들어갈 인터뷰 대상을 골라야 했지만, 유니클로 안에 계속 있는 자체가 민망했다. 억지로 남아있던 용기를 간신히 끄집어 내 물건 구매 후 나가시는 분들을 잡고 인터뷰를 마쳤다. (예민한 문제인 만큼 인터뷰는 더 쉽지 않았다) 복귀하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뻔뻔함과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한 순간이었다.  



사회부 '버스 취재'

며칠 전에는 버스 관련해 취재를 나갔다. 버스 탑승객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해야 됐는데, 그날따라 처음부터 말을 걸기가 엄청 민망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으신 분들께 말을 걸려고 하다가 주저해서 놓치고 또 놓치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 정말 용기가 없던 그런 하루였다. 이후 간신히 마음을 다잡으며 인터뷰를 요청했는 데, 또 대부분이 인터뷰를 거절하셨다. 용기가 사라진 체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한탄을 하니 친구가 "네가 불법으로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시민들을 대신해서 불편한 점을 고치겠다는 거잖아"며 "그러니 당당해져라. 그냥 내가 대표로 불편함을 없앨 테니 나에게 불편한 이야기 좀 해달라"라는 마인드를 가지라며 달래줬다. 친구 말에 간신히 용기를 얻어 몇 차례 더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기자는 수많은 새로운 사람과 마주치고 만난다. 기사에 뒷받침이 돼야 될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요구한다. 베테랑 기자 선배들은 이미 용기로 다져져 조금은 쉽게 다 갈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아직 신참은 용기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얼마나 더 깨지고 부딪혀야 이 상황이 익숙해질까 싶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혹시나 길을 가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한다면 조금은 편안하게 응해주시길 바라며 오늘 일지를 마무리해본다.



*상단 이미지 출처: 구글(google) '용기'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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