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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m Jul 21. 2020

스타트업, 그리고 python과의 첫 만남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1년 전에 스타트업에 발을 담글까 말까 한참 고민하던 시기에 여기저기 하고 다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돌아오는 사람들의 답변은 천차만별이었다.  


'미친 짓이에요. 학생이시면 전공 열심히 하시고 공채 준비하세요.'

'한 번쯤은 꼭 해봐야 할 법한 경험입니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스타트업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답변해주실 때는 귀담아 들었고 답변해주신 분에게는

참으로 감사했지만 결국에는 내 마음 가는 대로 발을 담가버렸다.

사실 1년이 지나 생각해보면 듣는 입장에서 저 질문은 정말 답변해주기 힘든 질문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리즈 B, 시리즈 C 단계에 도달하고 몇 백억 씩 투자받고 IPO를 바라보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과 정해진 사무실 없이 집이나 창고에서 무급으로 시작하는 단계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결코 같지 않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지는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일 거라는 거다.


다들 각자의 상황이 있고 각자의 직무와 각자의 기술 스택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서로 공유해야 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 발을 담그려는 사람들은 본인에 상황에 더 잘 맞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미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 본인이 속해있는 회사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 또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 명의 개발자로서,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나간다.


그래서 뭐하는 회사인데?


우선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내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pre-series 단계로

약 5억 원대의 투자를 받았으며 업력은 2~3년 차 정도 되는 회사이다.


즉,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내가 들어갔을 당시에도 이미 투자 유치가 끝났었으며 인력도 꽤 많은 편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나는 그때,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이 정도의 회사면 어느 정도 개발 프로세스가 확립되어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현실은 실전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다고 물론 코드 관리를 압축 파일로 한다던가(나로서는 전설 속에서만 들어본 이야기다.) 코드를 아예 읽어 볼 수도 없수도 없게 암호문 마냥 짠다던가 변수명을 a, b, c로 짓는다던가 하는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여기서도 github로 코드 버전 관리하고 trello나 taskworld 같은 협업 툴도 연계하여 운용하는 어느 정도의 체계는 있던 회사였다.


당시 회사의 개발자들은 급격한 성장에 따라 맞춰 개발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는 단계였다. 다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guidance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나 또한 거의 경험이 없는 상태로 들어왔었고 말이다.


내가 경험이 없는 상태로 체계를 잡아나가는 스타트업에 입사한지라 처음에는 스스로 구글 친구와 함께 살아남았었다. 당시 팀장 역할을 하던 멤버가 나의 사수 역할을 해줬지만, 아무래도 큰 회사는 아니다 보니 사수도 본인 업무가 바쁠 때가 많았고 결국 구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 처음 부여받은 과제가 python 스크립트를 제작하여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스토리지(EC2, S3와 같은 AWS 서비스를 사용했고 지금도 동일하다.)로 수많은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처리하여 업로드하는 작업이었다.


당연한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python이라는 언어를 만져본 적이 없었다.

C++ 기초 수준과 간단한 javascript 정도의 경험만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python이 쉽고 직관적인 언어라고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이러다가 내가 회사 파일들 몽땅 날려먹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래도 1개월에 걸쳐 당시 사수에게 물어보고 구글에게 물어보고 하여 어찌어찌 python 코드를 작성하여 정해진 과제를 마칠 수는 있었다. 비록 실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니 python을 처음에는 공식 문서도 아니고 stack overflow로 배웠던 거 같다. 이제 보니 완전 길거리식 교육 아닌가 싶다.


입사하고 업무 중에 확실히 제일 많이 했던 행위가 코드 짜는 것과 더불어 구글 검색이었던 거 같다. 특히 회사 특성상 사수 역할을 하는 사람도 바빴기에 더 그랬던 거 같다.

특히 " ** doesn't work"라는 검색어로 진짜 질리도록 검색했었다. (이건 사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python과의 첫 만남을 무사히 치르고 난 뒤 사수, 그러니까 팀장에게서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혹시 검색 엔진 만져볼 생각 있으세요?


아니, 검색엔진이면 네이버, 구글 같은 거 말하는 건가? 대체 뭐지?

당황스럽지만 흥미가 없지는 않았고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대체 어떻게 햇병아리인 나한테 검색 엔진을 맡긴다는 건지.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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