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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Jun 03. 2022

손 끝에 묻은 쵸콜릿

<떠나고 만나고 사랑하라> 그 후 3년

Summer


그 해 여름,

고사리 손에  쥐어진 쵸콜릿이 손끝에서 녹아 내려 단내가 진동하자 초를 다투어 핧아내는 아이의 본능적인 모습처럼 우리의 연애 또한 철부지 아이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은 해 여름,

반평생 나의 친구같았던 아빠와의 이별은 그의 손을 더 움켜쥐게 만들었다.

행여나 놓칠세라.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쿠바에서 돌아와 연인이 된 지.


쿠바에서 만난 친구들. 아, 그리운 쿠바...





Couple


결혼은 평생 가는 연애라지만 제 아무리 달콤해도 매일 부드럽고 스윗하기는 불가능한 법. 몸빼바지를 입은 듯 그 사람이 마냥 편안해지는 그때, 생리적인 현상마저 부끄러움이 없어진다면 이제부터 연애 끝 부부 시작!


"엇! 냄새!"

"미안, 괄약근이 약해졌나 봐"


가끔은 손끝 달달하고 심쿵한 연애가 그리워지지만 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경험에는 말로는 다 표현못할 묘한 신뢰감과 충족감이 따랐다. 그 후,  목표가 생겼다.


같은 사람과 30년 살아보기
달달하게





Change


나는 5년 전,     

금융인의 삶을 탈탈 털어버리고 조기 은퇴!

그는 50일 전,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얼떨결에 조기 퇴사!


늦은 인연으로 만난 우리에겐 3가지가 부족했다.

돈!

힘!

추억!


은행 레버리지라도 써서 집이라도 사 두는 건데, 모아 둔 돈으로 집을 장만하려니 천정부지 솟아버린 집값에 엄두도 못 낼 일이고, 20대나 30대처럼 사회 어디를 가나 반겨주는 에너지 뿜뿜한 세대도 아니거니와 책상머리에 앉아 펜대 굴리던 머리로는 기발한 창업 아이디어도 넘사벽이다.

뿐인가 늦게 만났다는 이유로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추억이 없다는 것! 인연은 등 뒤에 있다는 데, 딴 넘에게 내 예쁜 모습 다 보여주고 이제 양 미간 주름 한가닥 생길 즈음 인연을 만나다니 억울하기 그지없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나도 한 때는 소녀시대 윤아처럼 가늘었다고'.


"자기야, 우리 유럽 여행 떠날까?"

"회사는?"

"퇴...사..지 뭐"


스물여섯부터 30여개국을 여행한 나와 달리,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해 보지 않았다는 그에게 '유럽여행'은 퇴사와 맞바꿀만큼 혹한 유혹이었으리라.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첫 여행은.


자, 가자 추억 쌓으러!!!

그리스부터 이탈리아까지 30일의 여정!


Let's travel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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