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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Jul 18. 2024

구름의 안과 밖에서

흔들리는 인생, 지나면 아름다운 구름을 감상하게 될까

빗질 자국이 남아 있는 마당이 빗질 자국조차 없는 마당보다 깨끗해 보인다고,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이 말했다지.


한 점 구름 없는 파란 하늘보다

구름 낀 하늘이 내게는 훨씬 더 하늘다워 보인다.


김영민 교수님은

"거리를 두고 구름을 바라볼 때 비로소 구름을 볼 수 있다"라고

"정작 구름 안으로 들어가 보면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수증기의 입자들만 있다"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모든 건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는 말씀인 것.


구름 속을 지날 때 심하게 흔들리던 비행기가

구름을 벗어나고 나니 이리도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장면을 선물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려나.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할 때면

언젠가 이 구름 속을 벗어나

나만의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

믿어도 되려나.


성실함만큼은 자신 있다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그래도 조금씩 나아갈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다가도

문득 좌절의 순간은 적잖이 찾아온다.

구름 한번 거치지 않고 뭔가 시작하자마자

눈부신 푸른 하늘을 달리는 사람들,

잘 보면 날개도 보이는 것 같고

그 날개가 돼주는 사람도 제법 보이는 것 같고,

그 하늘이 어쩌면 트루먼쇼의 그것처럼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컨트롤 가능한 하늘인 것도 같은...


성실함 따위는 지금 이 사대엔 무기가 아니야, 바보야.

라는 말이 어디선가 자주 들리는 것 같아

조바심에 마른침 삼키는 순간이 많아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더 성실한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숨 막히는 사실이자 동시에 안도하는 점.


비는 쏟아지고 마음은 콩닥거리지만

나는 또 앞으로의 할 일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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