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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Aug 01. 2022

인터뷰가 잡혔다

3일 후, 과연 나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녀가 전화할 거라고 한 지 7일째. 여전히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나는 친구의 소개로 친해진 언니들과 밴쿠버 이곳저곳을 놀러 다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클럽도 가보고, 놀스 밴쿠버에 가서 하이킹도 하고, 스탠리 파크에 가서 자전거도 탔다.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라 매일 비가 내리는데 마침 가을 날씨가 정말 좋은 때였다.

아직 한 달 차니까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좋은 날씨 조금 더 즐기라고 아직 일이 안 구해지나 보다고.


하지만 이력서를 다 돌린 지 일주일이 넘어가니 슬쩍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레주메를 조금 손 보고, 다음날부터 다시 이력서를 돌리러 나가보자고 다짐했다.




다음날 오전, 왠지 모르게 눈이 일찍 떠졌다. 이력서를 다시 돌리자고 마음을 먹어서 그런가?


아침으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소금을 면수에 잔뜩 넣은 걸 깜박하고 마늘을 굽다가 또 넣어버렸다. 수습하려고 애썼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바다를 먹는 것 같았다.

하루의 시작이 뭔가 위태위태한데?


오늘은 오후에 집주인과의 전쟁도 예정되어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집을 계약할 때 들었던 정보와 다른 점이 너무 많았고, 이것 저것 세입자들을 속인 정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다른 방에 사는 홈메이트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캐나다에 입국하기 전 다른 사람이 내 방을 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한 달치 방세를 다 내고 왔는데! 어쩐지 썩 기분 좋은 날은 아니었다.


밥을 먹으며 클로이 언니와 얘기를 하는데 언니가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공부할 겸, 집주인에게 할 말도 미리 써둘 겸 같이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퍼블릭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언니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돼서 집을 나서려는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Hi..!"

누군지 고민하다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Jiji야, 나 이미 도서관 도착했어!"

"아, 저도 얼른 갈게요!"


전화의 주인공은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한 클로이 언니였다. 휴,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졌다. 그럼 그렇지. 안도했지만 약간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도서관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와중에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클로이 언니 번호는 방금 저장했는데 왜 이름이 안 뜨지?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2초 간의 정적이 흐르고 곧이어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Hi! I'm the manager of OOO. How are you~?? (안녕! 나 OO매장 매니저야!)"


세상에!!!!!!!!!!!

진짜 전화가 온 거야??? 스타벅스한테서!??????????

벌써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I'm so glad for getting your call! (전화해줘서 정말 고마워!)"


매니저는 나에게 워킹 퍼밋이 있냐, 비자 만료일이 언제냐 등의 질문을 했고 워킹비자가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고 하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면접은 금요일 오후 한 시 반. 전화를 끊기 전 면접 볼 매장의 주소를 말해주는데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The Library"만은 선명하게 들렸다.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도서관 바로 맞은 편의 그곳.


어딘지 안다고 반갑게 말하고 땡큐, 고마워, 바이, 씨야! 방정맞은 감사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흥분되는 기분을 어쩌지..! 언니를 만나러 도서관까지 가는 와중에도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면접의 기회가 찾아왔다! 야호! 면접은 금요일. 지금으로부터 3일 뒤였다.


하루의 시작도 좋지 않았고, 신경 쓸 일도 있어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그래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좋은 일이 생겼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나는 무사히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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