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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Sisters Jan 11. 2020

4월 덴마크의 부활절, Påske

[프롤로그] 덴마크 홀리데이를 여행하는 법 I


덴마크의 가장 큰 명절은 단연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다. 그중 부활절은 길고 길었던 캄캄한 겨울을 벗어나는 명절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심지어는 덴마크 크리스마스 캐롤의 한 구절에서도 언급이 되니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는지 짐작할 만하다.  


Nu’ det Jul igen! Og julen varer li’ til paske~
지금 다시 크리스마스가 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부활절까지 이어진다~
전곡을 듣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Hl6U0cBA808


봄이 되면 피어나는 덴마크의 야생 꽃들 Photo by. DK sisters


부활절이 가까워 오면,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길거리와 가게 창문에는 파스텔 톤의 노란색, 연두색, 분홍색, 하늘색의 장식들로 가득해진다. 가정집이나 아파트 주민들도 마치 겨울을 떨어내려는 듯, 너도나도 밖에 나와 나무에 장식을 단다.  무려 5일간 이어지는 부활절 휴일에 덴마크인들은 여행을 가거나 혹은 굳게 닫아 놓았던 썸머 하우스에 방문해 마당과 집안 청소를 하며 정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부활절이 되면 아이들이 종이를 가위로 오려 내어 장식으로 쓰거나 편지를 쓴다. Photo by. DK sisters
부활절에는 화분에도 닭이나 병아리 장식을 해서 선물한다. Photo by. DK sisters

부활절 당일에는 보통 가족 혹은 친구들과 둘러앉아 부활절 점심을 먹는다. 주 메뉴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절인 청어나 고기, 치즈 그리고 간 페이스트 이지만, 여기에 추가되는 특별한 메뉴 한 가지는 삶은 계란이다. 한국에서도 교회나 유치원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삶은 계란을 숨겨놓고 찾는 게임을 하는데, 덴마크인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식탁에서 삶은 계란을 한 입씩 베어 문다. 또 애주가 나라답게 이 시기에는 부활절 맥주가 출시되어 부활절 점심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참고로 부활절 맥주도 소진되면 다음 해까지 맛볼 수 없으므로 미리 구매 해 놓아야 한다. 독일에서 들어온 문화라고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토끼 초콜릿을 주기도 한다. 1900년도 초에는 독일과 붙어있는 반도와 작은 섬에서만 토끼 초콜릿을 먹었다는데 이제는 코펜하겐 슈퍼에서도 당연하게 부활절 토끼 초콜릿을 판다.


부활절 주에 먹을 수 있는 점심. 버터를 바른 호밀빵과 고기에 삶은 계란 대신 계란을 넣어 만든 소스가 올라가 있다. Photo by. DK sisters.
부활절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Tuborg의 Påske (부활절) 맥주. Photo by. DK sisters


무엇보다 덴마크 부활절의 하이라이트는 gækkebreve, 눈방울 편지


이 편지의 이름은 덴마크에서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인 눈방울 꽃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일종의 부활절 놀이이다. 부활절이 시작하기 한 주 전에 아이들이 종이를 가위로 오려 가운데에 시를 쓰고, 본인의 이름 알파벳 개수만큼 점을 찍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준다. 만일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을 맞춘다면 편지 쓴 사람이 받은 사람에게 달걀을 줘야 한다. 반대로 만약 맞추지 못했다면? 받은 사람이 미안하다는 의미로 편지의 주인에게 달걀을 주는 전통이다. 참고로 눈방울 편지는 그 해에 가장 먼저 나는 꽃인 눈방울 꽃과 함께 줘야 한다.


가위로 오려 장식한 종이에 시를 써서 보내는 gækkebreve. Photo by. DK sisters


이 눈방울 편지는 사실 1800년대에는 프로포즈를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가위로 오려 장식한 편지지 대신 조금은 진지한 편지지에 긴 고백을 담아 눈방울 꽃과 함께 본인의 이름을 적어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화 시기에는 이 편지가 상업화되면서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때의 상금은 삶은 계란이 아니라 커피 혹은 같이 파티를 가는 초대권이 흔했다고 한다.


예전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을지 몰라도 부활절에 아이들에게 받는 투박하고도 상큼한 시 한 편과 꽃을 받는 문화도 꽤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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