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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Sisters Feb 02. 2020

6월 덴마크 하짓날, Skt. Hans Aften

[프롤로그]덴마크 홀리데이를 여행하는 법 II

덴마크의 정식 홀리데이는 아니지만 매 해 발행되는 달력에 표시되어 나오는 날이 있다. 그 날은 다름 아닌 덴마크에 해가 가장 길게 떠 있는 날, Skt. Hans aften 덴마크 하짓날이다.


덴마크의 낮이 가장 긴 날, Skt. Hans aften 덴마크 하짓날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덴마크에서는 햇빛이 매우 중요한 삶의 지표가 된다. 예를 들면, 해가 짧은 겨울엔 농도 짙은 술과 양초의 매출이 높아지고, 약국에서는 비타민 D 알약과 항우울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뿐만 아니라 동네의 작은 상가들에 하나씩은 있는 건강 목적의 썬텐 가게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반대로 여름이 되면 슈퍼에는 일회용 바비큐 틀이나 마당 청소용 도구들을 쌓아놓고 팔기도 하며, 회사는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의 휴가를 간 사람들을 기다리는 빈 책상들이 많아진다. 덴마크 사람들은 어느 직장을 다니던지 차별 없이 그리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7월은 공공기관, 연구시설 등을 아예 멈춰버리기도 한다.


코펜하겐 대학교 옥상에서 바라 본 코펜하겐 시내의 풍경 Photo by. DK sisters

북극권의 낮이 가장 긴 날은 보통 21에서 23일 사이로 매 해 다른 날짜이지만, 덴마크 하짓날은 매 해 6월 23일로 정해져 있다. 이렇게 정해진 배경에는 덴마크 국교인 기독교의 문화가 녹아들어 가 있다. 침례 요한은 그 친척인 아기 예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났다는 역사적 기록에 따라 크리스마스 6개월 전인 6월 24일에 덴마크 교회에서는 침례 요한을 위한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이 축제의 이브 행사로서 덴마크 하짓날 행사를 이어 놓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덴마크 하짓날

다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하짓날은 대개 악한 기운 혹은 마녀가 성행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악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불을 피워낸다. 간혹 어떤 지역에서는 모닥불 장작더미 위 지푸라기에 옷을 입혀 마녀 형상을 만들어놓고 태우기도 한다.   


일회용 틀로 공원에서 즐기는 간단한 소풍 (좌) 언제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있는 코펜하겐 여름 (우) Photo by. DK sisters

덴마크 하짓날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 시기가 가까우면 사람들은 파티나 소풍 준비로 분주해진다. 그리고 당일에는 이른 시간에 퇴근하고 너도나도 친구들의 썸머하우스나 아니면 바닷가로 몰려든다. 물론, 코펜하겐 중심에 있는 젊은이들은 도심에서의 하짓날 행사에 몰려든다.


하짓날 뉘하운에서의 행사 Photo by. DK sisters

덴마크 사람들은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 바비큐와 맥주를 마시며 오후를 보내다가 노을이 지는 밤 10시 즈음이 되면 지푸라기와 나무로 만든 큰 장작더미 앞에 모여 불을 지핀다. 불이 타오르는 동안 한 사람이 하짓날 연설을 하고, 다 같이 하짓날에 부르는 Holger Drachmann의 곡인 Vi Elsker Vort Land 우리는 우리나라를 사랑해 를 부르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된다.

전곡을 듣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50LgG8cW6Qc


노을이 지는 여름 밤 하늘 Photo by. DK sisters

만일 바닷가에서 행사를 했다면 바닷물 위에 모닥불을 배처럼 띄워 독일 쪽으로 밀어 보내는데, 이는 마녀들을 독일 북부 지방의 가장 높은 산인 *브로켄 산으로 보내 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독일 전통 축제로 전해져 내려오는 발푸르기스의 밤에는 모든 마녀들이 브로켄 산에 모여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도심에서는 불을 붙이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공연과 맥주를 즐기며 밤을 보낸다. 코펜하겐 북쪽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동산인 Bakken에서는 왕세자 가족들이 깜짝 등장하여 시민들과 함께 둘러앉아 모닥불 행사를 하기도 했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공휴일 같은 하짓날에 덴마크에 머물게 된다면 슈퍼에서 맥주를 사들고 가까운 모닥불로 가보길 권한다. 물론 가사가 어려워 함께 노래를 부를 수는 없겠지만 가만히 앉아 장작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덴마크인들의 합창을 듣는 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다.

여름 날 아마 스트란드 파크 Photo by. DK sisters


코펜하겐 시내에서 하짓날을 즐길 수 있는 곳

티볼리 가든 Tivoli Gardens

이슬란스 브뤼게 Islands Brygge

블로고드 플라츠 Blågårds Plads

크리스티안 하운 Christianshavn

올스테드 파큰 Ørstedsparken

뉘하운 Nyhavn

프레데릭스 헤이븐 Frederiksberg Have

아마 스트란드 파크 Amager Strandpark

펠레드 파크 Fælledpar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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