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핵심문장] 금융의 모험

by 아르노


금융의 핵을 이루는 관념과 이상을 문학과 역사와 철학 속에서 포착하면, 그것이 발휘하는 공감력도 커지고 부패에 대한 저항력도 더 강해진다.


금융이란 위험하고 불확실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 모음이다.


경험은 번영을 어떻게 성취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확률에 따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두면 투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옵션을 행사할 자산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볼 수 있다. 너무 이른 시점에 한 가지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정하거나, 결국에는 ‘올바른’ 자산이 나타나리라는 희망 속에서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낫다.


옵션을 보유했을 때 얻는 진짜 보상은 옵션 덕분에 가능해지는 ‘리스크 감수’다.


사실 가장 좋은 종류의 자산은 이미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는 아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이다. 그러한 자산이 나의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오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미 보유하는 자산과 아주 유사한 성과를 보이는 자산은 분산이라는 목적에서는 쓸모가 별로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에 들고 또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애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삶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이 이야기하는 가치 창출의 비결은 단순히 이것이다.

첫째, 여러분의 자본 제공자가 기대하는 수익률을 능가하라.

둘째, 그 기대 수익률을 되도록 오랫동안 능가하라.

셋째, 여러분의 자본 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계속 창출하면서 성장하라.

이것이 가치의 창출에서 정말로 중요한 전부다.


세번째 단계인 ‘여러분의 자본 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계속 창출하면서 성장하라’는 바로 여러분 자신에게 투자하기를 멈추지 말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확하는 시점을 최대한 오래 연기하라는 말인데, 그리하면 여러분이 힘껏 노력해 투자한 결과로 얻는 수익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들은 그들이 정확하게 값을 매길 수 없는 자산의 가치를 0으로 매기기 때문이다. 가령 코카콜라나 애플,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 자산(상표, 지적 재산권, 사용자 커뮤니티)은 실제로 대차대조표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나쁜 것도 있다. 자산의 가치를 취득 시점 가격으로 나타내는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라는 회계 원리 때문에 어떤 자산은 현행 가치와 완전히 동떨어진 값으로 기록된다. 대차대조표에서 ‘영업권goodwill’이라는 항목에 엄청난 금액이 기록된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영업권은 어떤 회사를 매입할 당시 지불한 금액 중 장부 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현재 시점에서 거의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회계와 대차대조표는 본래 성격상 정태적이고 과거 지향적이며, 실제 가치와는 동떨어진 불완전한 순간 촬영물이다.


가치 평가의 첫 번째 단계는 앞날을 내다보고 어떤 회사나 투자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산출할지 예측하는 것이다.


주택의 값을 매기려면 주택을 소유함에 따라 지불하지 않아도 될 미래의 임차료를 예측하고, 그와 더불어 주택을 소유할 경우 지불하게 될 재산세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주택 보수나 개량 비용을 예측해야 한다. 이 금액을 현재 시점으로 환산하면 오늘의 주택 가치가 계산될 것이다. 지불하지 않을 임차료와 견주어 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주택 거품이 오래 지속되었던 것도 임차료에 견주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차료 대비 주택 값이 2000년대 초반까지 터무니없이 비쌌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깨닫지 못했다. 이 가격/임차료 비율에 주목했다면 주택 값이 그전에 비해 얼마나 비싸졌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거둔 성공과 수익률의 커다란 부분을 그냥 알파 창출이라고 내세우며 자부심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알파가 창출되었다고 해도 창출된 알파 가운데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우리가 금융에서 배우는 바다. 그러니만치 우리가 알파 창출이라고 가져다 붙이는 것 중 상당수는 알파가 아니다.


금융에서 능력과 운을 분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무작위성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든 그 척도 자체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둘째, 어떤 리스크를 감수했는지가 선명하게 식별될 수 없고, 그로 인해 기대 수익률이 얼마였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

마지막으로 셋째, 펀드 수익률에서 펀드 매니저가 가져가는 보수를 비용으로 공제하고 나면, 시장보다 높은 실적을 꾸준하게 달성하는 펀드가 거의 없다는 증거가 요즘 차고 넘칠 만큼 많다.


시장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그것이 노력과 능력을 분명히 보여 주는 지표인 양 떠벌리는 마초주의적 태도는 견제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금융의 성격 자체가 능력주의인 양 여기는 영웅주의는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실적이 좋을 때는 행운을 실력으로 포장하고 실적이 나쁠 때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둘러대기가 금융만큼 쉬운 분야도 없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온갖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영자에게 자기 나름의 관심사가 있고 소유자들이 그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경영자가 소유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본 시장은 저마다 중요한 문제와 갈등을 안고 있는 주인과 대리인 간의 계약이 줄줄이 이어진 연쇄 고리다.


삶의 일부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에 대한 기대와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도전하는 일이다.


시너지는 항상 과장되기 마련이다


시너지를 실현하기 위해 피인수 기업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전망에는 보통 근저에 놓인 까다로운 숙제를 은폐하는 화려한 언어와 들뜬 감정이 동반한다.


근거 없는 예상은 당신의 적이다.


평소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원을 통제하게 되면 지금 있는 재원의 한계 내에 머무는 것보다 보상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착상이 우리 머릿속에서 싹틀 수 있지만, 그 착상으로부터 무슨 사업이나 일을 만들어 내려면 분명 다른 사람들과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수없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조언에서 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은 이렇게 말했다. “같이 지내기 편한 친구들과는 사귀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높이 뛰어 오르도록 강제할 지렛대 같은 친구들을 사귀십시오.” 똑똑하고 까다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책임을 떠안으면 우리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 준다. 그러한 책임에서 우리는 이로움을 얻는다. 레버리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의미 있는 인간관계에 참여하면 더 생산적인 생활을 하고 우리 자신의 표준을 높여 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이롭다.


레버리지를 통해 지금 있는 자원을 넘어서는 삶을 사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산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성취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제프 쿤스는 레버리지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예술 자체에 연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조각품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초인으로 변하는 만화 주인공 뽀빠이가 뚜껑이 열린 시금치 통조림을 손에 든 모습을 묘사했는데, 쿤스는 이 작품에 대해 논평하면서 예술의 힘과 레버리지를 연결시켰다. 그 작품을 바라보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 작품에서 초월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 뽀빠이는 저 시금치를 먹고 강력한 힘을 가지는 초월을 행합니다. 나는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금치는 예술입니다. 예술은 여러분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삶의 매개 변수를 확장할 수 있는 겁니다. 예술은 이처럼 삶에 어마어마한 것을 줄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묘사하는 말로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기 어렵다. 시금치와 예술, 그리고 레버리지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상거래 세계의 실패 속에서 회생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현대적인 기업 파산의 특징들을 바로 앞 두 문단에서 살펴보았다. 이 논리를 우리 삶에 적용해도 다음과 같이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린다.

첫째, 실패한 뒤에 성급한 행동은 현명하지 못하다.

둘째, 도움을 요청해서 앞날을 내다보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계획은 현실로 다가온 실패와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만, 미래의 자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셋째, 실패를 자책할 일로 여기지 말고, 다시 태어날 기회로 바라보자. 그러기 위해 얼마간 숨 쉴 틈(자동 정지)을 만들자, 도움을 받자(가족, 친구, 전문가의 도움),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기 시작하자(자신의 회생 계획 수립).


누스바움은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사례를 들어, 좋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자기 의무의 우선순위를 올바로 정하고 그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논한다. 삶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며 어지럽고 복잡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어쩌면 우리의 직관과는 달리 그처럼 상충하는 의무를 헤쳐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좋은 삶으로 이끌어 주는 것일 거라고 주장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핵심문장] 초효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