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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maflower Apr 08. 2021

프레데릭 말 오 드 매그놀리아

프레데릭 말 오 드 매그놀리아

Frederic Malle Eau de Magnolia (2014)



꽤 거세었던 봄비가 끝나고 길가의 벚꽃나무가 눈에 띄게 앙상해졌네요. 지난주까지 언뜻 보이던 목련나무에도 거의 꽃이 남아있지 않아요. 봄의 향기를 소개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오늘은 향수 오 드 매그놀리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목련꽃의 실제 향을 맡아보신 분들 계신가요? 목련나무는 키가 크기도 하고 한 송이가 그대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어서 꽃 그대로의 온전한 향을 맡을 기회가 별로 없죠. 저도 한 두 번 정도 직접 향을 맡아본 것 같은데 억이 잘 나지는 않아요. 살짝 시트러스한 뉘앙스가 싱그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또 포근했던 기억이 어렴풋 있어요.


향료로 재현되는 목련꽃 향은 제 경험으로 보자면 '시트러스/워터리 + 뮤게 노트'일 때가 많은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뮤게 노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저한테는 다른 플로럴 노트들보다 좀 인공적인 느낌이라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이름에 매그놀리아가 들어가는 향수에도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제가 오 드 매그놀리아를 만나게 된 건 몇 년 전쯤 구입한 프레데릭 말 트래블 세트 덕분인데요. IFF의 마스터 조향사이신 카를로스 베나임(Carlos Benaim)님이 만든 목련꽃 향이라면 큰 맘먹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겠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fredericmalle.com


프레데릭 말의 오 드 매그놀리아는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얗게 핀 목련이 떠오르는 햇살 같은 향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레몬처럼 상큼하고 반짝거리는 시트러스 노트가 눈부시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드럽고 투명한 꽃향 덕분에 햇살 가득한 봄의 전경이 금세 눈 앞에 그려집니다. 


향의 첫인상에 시트러스 비중이 상당히 크지만 살포시 배경이 되어주는 목련꽃 향의 투명함, 포근함 덕에 자칫 가벼운 시트러스 향에서 느낄 수 있는 매스 제품 같은 이미지가 전혀 없어요.


플로럴 노트가 점점 두드러지는 중반 이후에는 제가 걱정하던 울렁거림이 일어나기도 전에 굉장히 우아한 우디 노트로 연결되는데요. 그 터치가 얼마나 섬세한지요. 오크모스와 패츌리로 아주 살짝 시프레 노트의 뉘앙스를 주면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립니다.


목련꽃 향의 완성도가 높지 않을 때는 시트러스 노트와 플로럴 노트가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오 드 매그놀리아는 굉장히 우아한 매그놀리아 어코드가 향 중심을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향부터 잔향까지 계속 목련꽃 향을 메인으로 하면서 탑 노트의 싱그러움, 베이스 노트의 무게감 정도만 살짝 달라집니다.


이처럼 각 노트들 간의 연결이 이음새 없이 굉장히 매끄럽기 때문에 '목련꽃'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정말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향이에요. 목련꽃 향의 도입부로 제격인 과감한 시트러스 믹스와 잔향에서 향 트레일을 아주 섬세하게 끌고 가는 우디 노트까지, 몇몇 프레데릭 말 향수처럼 대범하고 새로운 향이라고 긴 어렵지만 마스터 조향사답게 아주 완성도 높은 향을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뮤게 노트에서 울렁거림을 느끼던 저도 걱정 없이 목련꽃 향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편견 없이 도전해보길 정말 잘한 듯해요. 여러분도 무 짧게 스쳐간 봄꽃들을 향으로나마 추억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프레데릭 말 오 드 매그놀리아는 버가못, 레몬, 그레이프프룻, 매그놀리아, 오크모스, 패츌리 노트를 포함하고 있어요. 50ml 2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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