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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Jun 12. 2024

백두대간, 완주할 결심

7차. 2024년 6월 9일(일) 백두대간 31구간 죽령~고치령 완주 후

이번 산행의 컨셉은 극기(克己, 나 자신을 극복한다)였다.


지난 6번의 산행 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 가다 보니 후미에 주로 있었다.

그리고 5차 19.7km 산행에서는 타의로 안전하산을 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장거리 산행을 안 했던 것인지, 못 했던 것인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들을 모두 남겨두고 최선두와 함께했다. 21km 구간 정도까지는 최선두 그룹과 함께했는데, 그 이후로는 혼자 뒤처져서 최선두보다 27분 늦게 도착했다. 그럼에도 나름 선두에서 완주했다는 나 스스로의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서 나는 '백두대간' 완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삶의 어느 시점 이후로는 안전한 길 위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이번 산행 마지막 4km 구간에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죽을 만큼 열정을 다해 도전했던 적이 언제인가 싶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백두대간에 도전하려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영어로는 trial and error라고 한다.

그런데 시행(trial, 도전)을 해야 착오(error)가 있고, 그 경험에서 배움이 있을 것이다.


나의 이번 극기훈련 배움은 이러하다.

1. 4시간 간격으로 식사에 준하는 식량이 있어야 계속 나아갈 힘이 생긴다. 

    간식과 식량을 더 챙기자.

   (마지막 4km 구간에서 배가 많이 고팠다.)


2. 후반에 가면 속도가 떨어지므로 물은 전반부/후반부 나누어서 양을 생각하며 마셔야 한다.

    물도 더 챙기고 잘 계산하면서 마시자.

    (마지막 4km 구간에서 갈증이 엄청났다.)


3. 산행 전 기침이 심해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산행 중반에 약을 먹었다. 그래서 더 졸렸던 건 아닐까 싶다.

    먹던 약도 산행 중엔 잠시 쉬자

    (마지막 4km 구간에서 잠시 눈을 붙이면, 정말 이승과 저승 어디엔가 있던 기분이었다.)


이번 산행에 발목 부상을 입은 아이도 있었고, 탈수증을 겪은 학부모도 있었다.

안전상에는 굉장히 위험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1차부터 7차까지의 산행은 앞으로의 산행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를 각자 스스로 시험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산행은 지금까지 보다 더 힘들 것인데, 그에 대한 대비를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안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누군가 가 무언가에 도전(trial)할 기회를 잃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번 구간은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데, 알프스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굉장히 멋진 곳이었다.


전체 시간 11:21:01

운동 시간   9:57:04

휴식 시간   1: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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