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이해
"삼김,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라는 20대 직원의 질문에, 당연히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라 대답할 뻔했다. 너무 뻔한 답을 구하는 질문은 아닐 테니, 한 템포 쉬고.. 수수께끼 풀듯이 집중해서 뇌를 가동했으나.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20대 직원은 시간 초과로 땡을 외치며, "삼김 하면 삼각김밥이지요"라고 당연한 듯 답해주었다.
97년생 직원은 97년도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구세대 신세대를 구분하는 질문이라 했다.
(나도 한 때는 X세대였는데, 이제 구세대라 불리는구나..)
'삼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세명의 정치인을 떠올리면 구세대,
편의점 삼각김밥을 떠올리면 젊은 세대라고 부연 설명했다.
'난센스'퀴즈의 정답은 듣고 나면 허무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50대인 나에게 '삼각김밥'은 '난센스'퀴즈의 정답 같았다.
삼김 정치, 삼김시대라는 말만 접해왔던 나로서는 정치 사회 관련 용어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삼각김밥'이라는 말을 듣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허를 찔린 듯 한 마음과
세명 정치인이 삼각김밥으로 풍자된 것 같아 우습기도 하였다.
며칠 후, 내 딴에는 꽤 신박했던 이 질문을 가족모임에서 꺼냈다.
삼김이란 말이 나오자 20대 대학생, 20대 후반 직장인 조카 두 명의 입에서 동시에 '삼각김밥'이 나왔다.
50대 처형과 60대 형님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을 아꼈다. 자신들이 아는 답을 말했다간 구세대라고 바로 분류될 것쯤은 눈치로 안다.
군사독재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를 거쳤던 세대에 '삼김'은 정치의 상징이었다.
그 시대 자체가 바로 '삼김시대'였다
정치와 사회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였던 시대였다
강물이 흐르듯 시간도 흐른다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도 사라지고 그 이름도 희미해졌다.
당연히 아리라 생각했던 세 사람을 97년생 직원은 몰랐다
반면에 나는 삼각김밥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고, 생성, 소멸, 발전한다고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삼각김밥을 삼김이라 줄여 부르는 것이 젊은이들의 암묵적 약속이었나 보다.
20대의 젊은 세대는 삼각김밥을 자연스레 삼김으로 호칭했다
삼김을 그런 의미로 부르고 있는지는 나는 꿈에도 몰랐다.
YS, DJ, JP만 떠올렸을 뿐이었다.
젊은이는 역사를 배울 필요가 있고
나이 든 이는 현재를 호흡해야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는 세대들이
타협하고 공존하기 위해서 그래야 한다.
삼김이라 쓰고 YS, DJ, JP를 생각하는 '구세대'와
삼각김밥을 연상하는 '신세대'가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함께 공존하려면
적어도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삼김이 삼각김박으로 대체된 시대를 살아가면서 혼자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