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며 교실 문을 연다. 오래된 교실 문은 덜컹 소리를 낸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발소리를 죽여 교탁 앞에 앉는다. 교실은 책장 넘기는 소리와 펜 소리 뿐.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의 모습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다.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의 수능최저등급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공부할 동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많다. 이미 대학생이다. 그런데 과연 최저를 다 맞출 수 있느냐? 수능장에서 맞이하는 압박감, 재수생들의 역습 등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우울한 결과를 맞이한다.
매해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2학년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고 있을까? 오늘도 많은 아이들은 책이 아니라 태블릿을 연다. 학교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허투루 버려진다. 진로, 동아리, 자율활동 등이 매 시간 빡빡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할 게 많다고 투정부리지 말고 남는 시간을 이용하면 될 텐데 태블릿에 손이 간다.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다닌다. 야간자율학습 신청 인원은 적다. 학원도 중요하지만 자습도 중요하다. 배웠으면 익히는 시간이 필요한데 학원가는 것 자체를 학습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한다.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건 선생님의 강의를 감상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오늘 배운 걸 다시 펼쳐보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학원을 다니며 낭비되는 시간 또한 굉장히 많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 수업 시작하기까지 딴짓하는 시간, 다녀 온 후 간식 먹고 쉬는 시간 등 따지면 꽤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
학원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니면 안 된다. 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잘 이용해야 한다. 오늘도 어느 학원이 잘 가르치는지를 논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