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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Nov 07. 2024

어차피 밥벌이 잘하고 살 텐데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거슬린다. 갑자기 열심히 하겠다고 모둠장에 지원했다. 열심히 한다더니 정말 열심히 조잘댄다. 일주일을 참다 결국 한소리를 했다. 분을 가라앉히고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했지만 격앙된 목소리에는 감정이 그대로 실렸을 것이다. 싸늘한 교실에 적막이 흐른다. 몇 분간만. 그 정도에 기세가 꺾일 그들이 아니다. 사실 일주일 동안 괴로웠다. 어제 잠들기 전, 오늘 출근 중에도 수업이 두려웠다. 난 그 아이가 밉다.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빼앗고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건 둘째고, 일단 나의 말에 불복종하고 심기를 건드렸으니 그게 싫다. 벌을 주고 싶고 화를 내고 싶고 창피를 주고 싶다. 나의 내면에 이런 마음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 날뛰는 도마뱀을 이성으로 포획하고, 쉬는 시간 복도에서 사랑의 한 마디를 붙여 본다. 쳐다보지도 않고 답하는 태도에 도마뱀을 풀어 줄 뻔했다.     



 교무실에서 신생아를 하늘로 보낸 엄마의 사연을 기사로 접했다.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다가올 이별이 많아질 거란 말이다. 이건 마음의 준비로 가능할 문제가 아니라 벌써부터 두렵다. 


     

 문득 미워했던 그 아이가 생각난다. 이 아이도 어느 집의 귀한 자식일 거고, 행복을 주는 존재일 텐데, 이 아이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겠지. 내가 뭐라고 그 아이를 함부로 미워하나. 다 부질없다. 어차피 나중에 다 밥벌이 잘하고 살 텐데. 자꾸 까먹는 이 참된 이치를 누군가 상기시켜 줘서 고마웠다.      



좀 더 세련되게 화내는 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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