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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Nov 08. 2024

외계인 침공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일본이랑도 연대해야 한다고.     



학교에 외계인이 산다. 그래서 모두가 연대해서 싸우고 있다. 그 외계인은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고방식이 매우 다르다. 작은 그릇임에도 큰 그릇이 감당해야 할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항상 물이 흘러넘친다. 물론 넘친 물은 우리가 닦는다. 경영 철학이라는 출처가 모호한 말로 자신의 논리를 대변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그것에 ‘철학’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미안하다.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소통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안다. 지나치게 자신 있게 말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소통을 하러갔다가 불통을 된통 당한 자들은 원통하다. 옹졸한 심보를 모두가 욕하고 있지만 그 수군거림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낮은 감수성은 외계인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만을 찾아 의견을 구하니 전체를 내려다 볼 자리에 올라 현미경으로 쳐다보는 꼴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다. 오고 가며 나누는 반가운 인사에 위로와 보살핌을 느낀다. 그곳도 오늘 안녕하신가요. 안녕하지 못했던 우리는 늘 그렇듯 서로의 힘듦을 나누고 위로하며 의견을 한 데 모았다. 그 고된 과정을 기꺼이 담당하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꿈틀하는 인간의 단합된 모습에 외계인도 움찔하며 잘못을 사과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잘못했다 치자. 사과하겠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다. 하지만 주어진 권력이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외계인은 여전히 암암리에 활동 중이다. 그 소식이 아주 잘 들려온다. 왜냐면 인간은 외계인이 침공하면 서로 연대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들려오는 교장선생님의 무용담에 열이 받아 욕을 한 번 써봤다. 글이 이렇게 술술 써지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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