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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Nov 10. 2024

어휘력

  ‘서양회화’에 관한 글로 비문학 수업을 하다 ‘회화’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림’ 정도는 답을 해 주길 바랐다. ‘영어 회화’라는 답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똑같은 답을 그 옆 반에서도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 세대의 낮은 어휘력을 비꼬는 사례들이 인터넷상에 가득하다. 영상의 시대이다 보니 특히나 젊은 층에게 글이 차지하는 위상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변치 않는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그 영상들도 만들어지기 전 글로 계획하는 단계를 거쳤을지 모른다.     



  학생들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이다. 재미가 있으려면 초반의 재미없는 시간을 잘 견뎌야 하는데 읽다 보면 자꾸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흐름이 끊기니 책을 덮고야 만다. 그래서 어휘력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노력하여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은 하위 개념이 이해가 안 가면 그 이후의 단계를 포기하게 된다. 바로 수포자의 길. 어휘력도 정체가 되면 학년이 높아지고 수준 높은 글이 제공되면서 독포자(독서 포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닮게 된다. 부모가 쓰는 어휘, 말투 등을 따라하는 자녀를 보면 기특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곤혹스럽기도 하다.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가 세련되고 수준이 높다면 자녀 역시 따라갈 확률이 높다. 자녀가 읽는 글의 수준을 점검하고 함께 읽으면서 어려운 단어가 나왔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휘력 상승의 길을 밟게 된다. 어려운 단어의 뜻을 알고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재미를 알려주어야 다음 단계의 글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부모가 어휘 수준에 자신이 없다면 책을 읽어 주는 좋은 방법도 있다.     

  


  고등학생들을 보면 고집스럽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라고 하는데 찾아보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나왔을 때 해결하려는 탐구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둘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사전을 찾는 연습을 시켜 모르는 것을 알고 해결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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