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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Nov 11. 2024

결혼해서 좋은 점

  미혼인 누군가가 나에게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라고 답해 주었다.     



  노화와 겨울이 만나면 건조한 피부가 된다. 발뒤꿈치부터 손끝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윤기 넘치는 햅쌀밥 같았는데 이제는 딱딱한 누룽지 같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습진이 생겨 고통이 상당하다. 로션 몇 번 바르면 될 줄 알았는데 갈라지고 피가 나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 주부습진이다.     



  주부습진이란 수부에 생기는 습진을 말하는데 주로 물을 많이 다루는 주부에게서 생기므로 그렇게 부른다. 동치미에서 우스갯소리할 때나 듣던 말인데남자인 나에게 주부습진이 생기다니. 생각해 보니 설거지를 하느라 물을 많이 만지기는 한다. 아내가 설거지한 그릇에 묻어 있던 음식물을 여러 차례 발견한 후, 아내는 연약해서 손끝에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아름다운 결론을 내리고 모든 설거지를 내가 하고 있다.     



  아내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약국을 함께 가주었다. 약사님은 습진이라며 무좀 치료제를 처방해 주셨다. 방금 전까지 안쓰럽게 날 바라보던 아내는 손에 무좀이 생긴 거냐고 놀린다. 그리고 무좀균 옮는 거 아니냐고 손 잡지 말라고 한다. 그런 아내가 사랑스러워 뒤에서 조용히 다가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주었다.     

  


  결혼을 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주부습진이 생겼다. 그리고 아내에게 무좀균 취급을 당했다.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주부습진을 이겨낼 것이고, 아내의 놀림에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결혼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러니 한 번쯤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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