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공부를 안 한다고 해도 하는 애들은 여전히 열심이다. 태블릿과 이어폰 너머로 귀하게 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찡그린 얼굴 한 편에 졸음을 못 이기고 잔 흔적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다.
복도에 나와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묵묵히 공부하는 두 아이에게 괜히 한 번 다가가 말을 건다. 2년째 수업을 한 사이지만 서로 쑥스러워 내외하는, 그래도 내적 친밀감이 존재하는 그런 사이. 수능이 낼 모레인데 웃음이 나오냐며 장난을 친다.
“잘 보라고 응원해 주세요.”
“뭘 어떻게 해줄까. 춤이라도 춰줄까?
”네!“
그래서 춤을 춰줬다. 한 명은 좋아했고 한 명은 비명을 질렀다. 시험 볼 때 이 장면이 떠오르지 않길 바란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풀길 바란다. 잠시나마 웃으며 누군가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체육대회 때 열심히 달리는 모습, 학급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 수능을 앞두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 괜히 코끝이 찡하다. 해줄 수 있는 게 응원밖에 없지만 그 마음이 전달되길. 내일의 시험이 누군가에게 무엇보다 간절할 수 있다.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간절함이 크지 않을까? 그 간절함이 좋은 결과에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