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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상구가빨강 Jul 16. 2024

나를 묶고 가둔다면 사랑도 묶인 채 (with SNS)

미래도 묶인 채 커질 수 없는데...

트렌드의 중심에는 SNS가 있다. 그건 SNS가 생긴 이래에 단 한 번도 변함이 없던 사실이다.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인 SNS는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서비스이다. 모든 사람은 개인만의 공간인 '프로필'을 가지고, 그 아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공간을 넓힌다. 우리는 서로의 공간을 탐닉하며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SNS는 초기와 조금 다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너무 많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타인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분명한 악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의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이 되는 홍보대사는 따로 있고, 홍보실의 리포터로 활동한 것이다. 동문을 찾아 인터뷰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인터뷰를 위해 컨택하려는 자와 본인의 동의 없이는 개인정보를 넘길 수 없다는 자. 물론 당연히 후자가 백 번 옳지만 이름과 학과, 학번만을 덜렁 쥐고 열 번은 더 울부짖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대학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간다. 팔로워 창을 켜 목표의 이름을 검색한다. 혹시 나오지 않는다면 학과 공식 계정에서 스치듯 보았던 목표의 동기를 검색한다. 그리고는 그 동기의 팔로워 창을 또 뒤진다. 정보는 감자를 닮아서 하나가 나오기 시작하면 줄줄이 쏟아진다.


그뿐일까? 사람들은 대개 같은 아이디를 사용한다. 그럼 그걸 여느 SNS에 다 검색해 보는 것이다. 철자를 바꾸고, 조합을 바꾸고. 그러다가 어느 단체에 이름이라도 걸려 있으면 단체에 또 접속해 검색하고. 검색하고. 전화도 해 봤다가, 메일도 남긴다. 그 정보들은 네이버와 구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카페, 블로그, 트위터, 심지어는 이름도 희미한 어느 사이트들을 넘나들며 덩치를 불린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게 하면 뭐라도 나오는 게 맞지,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걸리는 게 많다. 당장 당신의 아이디부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아마, 이름의 약자와 숫자가 아닐까?


개인정보는 거기에서부터 사라진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교도소의 형태로 '판옵티콘'을 제안했다. '모두'라는 뜻의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성된 용어이다. 중심에 위치한 감시자는 외곽의 모든 피감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점은 감시자들이 위치한 중심은 어두워서, 피감시자들은 이들의 존재 여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판옵티콘


프랑스 철학자 피셸 푸코는 저서 《감시와 처벌 Discipline and Punish》에서 현대의 컴퓨터 통신망과 데이터베이스가 마치 판옵티콘처럼 사람들을 감시한다고 지적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록으로 남고, 사실은 돈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지금. 누군가는 '우리는 감시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언제나 감시당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는 자꾸만 발전한다. 그럴 의도가 없던 기술들이 '그런' 의도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끼리 놀기 위해 만들어진 SNS에서 셀럽이 만들어지고, 그 셀럽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처럼. 셀럽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내보이는 사람들과, 그 정보를 위해 SNS를 서칭 플랫폼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전부이다.

판옵티콘에서 벗어나거나, 판옵티콘 속에서 피감시자들이 감시하지 않기를 그저 바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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