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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May 07. 2024

흐린 날의 산책

혼자 걷기


5월 연휴의 마지막날, 아들이랑 할머니, 할아버지 뵙고 식사하고서 아들은 버스 태워 보내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다가 문득 신선한 바람도 쏘이고 싶고 또 좀 걷고 싶어서 들어선 한밭 수목원.

올 때마다 참 좋다. 이곳. 이 넓은 부지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수목원으로 만들어 오랜 시간 공들여 가꿔온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부슬부슬 안개 같은 비가 내리고 구름이 내려앉은 흐린 날씨다.

그럼에도 5월의 하늘이라 그런지 하늘이 잔뜩 흐려도 우중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신록의 계절 , 5월의 힘이지 싶다. 옅은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막 피어난 붉은 장미과 초록의 잎사귀들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못에는 손바닥만 한 다홍빛 연꽃이 연잎들 사이에 너무도 곱게 피어 있어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했다.

어른 남자 팔뚝만 한 잉어들이 힘차게 헤엄치며 터줏대감 마냥 유유히 노닌다.

커다란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와 데크 기둥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내가 가까워지자 날개를 활짝 펼치고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허브정원에는 차이브랑 라벤더가 연보랏빛 꽃을 피워내 눈길을 끌었고, 산책로에 피어 있는 하얀 공 같은 수국, 진홍색 병풀꽃에 매료되었다.



천천히 나무사이를 걸으며 꽃이름, 나무이름도 하나하나 읽고 외워보았다.

차분한 하늘 아래 생명력 넘치는 숲 속을 거닐다 보니 마음이 넉넉해지고 평화로워진다.


홀로 산책하는 즐거움은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에 있다.

가고 싶은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 나오기도 하고, 풍경에 이끌려 마냥 멈춰 서서 바라보기도 하고, 갑자기 그만 가고 싶어 졌다면 그대로 돌아 나오면 된다.


내가 누리고 싶은 만큼 누리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누군가와 같이 나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때론 혼자 산책을 해보면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걸! 경험해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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