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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May 13. 2024

1박 2일 홀로 다녀온 속초여행(설악산)

비룡폭포에서 토왕성폭포 전망대

토왕성 폭포 전망대에 오르니, 한 무리의 팀들이 자리를 조르륵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대청봉에 오르려 했다는데, 산불 조심 기간이라 일부 구간이 통제되어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나는 애초에 쉬운 경로를 찾아 비룡폭포를 목표로 올라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도 너무 좋지만 이번엔 직접 내 발로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면 내려다 보이던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니 청량한 숲이 펼쳐진다.

흙바닥과 나무의 갈색 기둥, 연둣빛 초록의 잎사귀들, 그위로 파랗게 펼쳐진 하늘에서 내려쬐는 햇살에 연둣빛은 더욱 환하게 빛난다.


고목들이 가득한 싱그러운 숲 속을 그렇게 기쁨에 겨워 걷다 보면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졸졸졸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 바위에서 몇 미터 아래로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려 온다.


계곡을 따라 오르고 오르면 점점 더 우렁차고 거대한 자연과 조우한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깊은 계곡에서 울려오는 물소리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물줄기가 낙하해 모여든 맑디맑은 웅덩이에는 퐁당 뛰어들고 싶어 진다.


폭포수 속에 사는 용에게 처녀를 바쳐 하늘로 올려 보냄으로써 심한 가뭄을 면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비룡폭포는 물줄기가 16미터 높이에서 직선으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이 산의 저 위 어디에선가부터 고이고 모여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폭포가 되고 웅덩이가 되고 계곡이 되는구나.


여기서부터 900 계단을 올라야 볼 수 있다는 토왕성 폭포를 만나러 다시 움직인다.

휴… 중간중간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혀가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간다.


감사하게도 날씨가 너무나 좋다. 5월을 며칠 앞둔 4월 말의 뜨겁지도 않으면서 화창한 날씨는 등산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 되어 주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에 다다른다.

폭포는 어디에 있지? 한참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폭포를 조망할 수 있도록 데크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였다.

공간도 그리 크지 않아 먼저 와서 포진해 있던 한 일행들이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정리 후 내려간 뒤에야 자리를 잡고 땀을 식혔다.


저어 멀리에 바라다보이는 높은 산등성이 가운데에서부터 물줄기가 아래로 아래로 바위 굴곡을 따라 이어진다.

위에서부터 실타래를 늘어뜨려놓은 듯하다.

그냥 보면 물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슬로모션처럼 물줄기가 아주 천천히 늘어뜨려지는 모습이 보인다.

거리가 멀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이 또한 신기하고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전망대 위로는 더위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경계를 둘러놓았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계단을 설치하고 데크를 만들어준 분들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그 울타리 너머에 다람쥐 한 마리가 앉아 무언갈 앞발로 꼭 쥐고 부지런히 먹고 있다. 누군가 던져주고 간 김밥인데, 양양에서 자주 오신다는 한 남성분은 여기 다람쥐는 사람손을 타서 그렇게 먹을 걸 주면 손위에도 올라와 먹는다는 이야길 하신다.

세상에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요 다람쥐  얼른 영상으로 저장해 놓았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니 저어 멀리 폭포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줄기가 떨어져 내려오는 모습도 확연히 보인다.


높은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아래 풍경, 맞은편 저 높은 산봉우리들

좌우로 가지를 곧게 펼치고 서있는 소나무, 새 잎들이 한창 자라고 있는 나무들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오늘이 참 감사하다.


집에서부터 싸 온 김밥은 여기에 앉아서 마저 먹고 입구 매점에서 사 온 초코바도 하나 먹고 이제 내려가볼까 한다.

내려가는 길도 계단이라 만만치 않다. 힘겹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맘속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비룡폭포를 다시 만나고 조금 아래쪽에  발 담그기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발을 벗고 양말도 훌훌 벗고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쏙 넣는다.


우왓~~ 시원해. 이내 발이 시려오는 것 같아 다시 얼른 뺀다.

바위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아본다. 바람이 스치는 감촉, 물소리, 따뜻한 햇빛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바위 타고 떨어져 흘러내려오는 물은 웅덩이에 고였다가 다시 아래로 흘러 나갔다.


자연스러움.

왔다가 가는 것

받아주고 보내주는 것

흘러가는 것

영원히 품을 수 없는 것


그런 게 아닐까… 우리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일

오늘 설악이 나를 품어주며 그리 말해주는 것 같다.


내 얼굴에 기분 좋음이 가득 묻어난다.  

세상 행복한 사람이 되어 간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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