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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Jun 14. 2023

다짐을 번복하게 되었다는 고백

5월 1일 아래의 글을 적었다.

sns를 지우고나니 더욱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은 많았고 그래서인지 자꾸만 잠이 왔다. 졸릴 시간도 컨디션도 아닌데 잠이 온다면 그건 도피성 행동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었다.
고작 퇴사를 한지 한 달 반 만에 그것도 두 번의 여행을 제외하면 고작 10일을 보내놓고는 심리적 부담을 느껴 도피성 수면을 고파하는 인간이라니!
그게 나일리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계획이라는 걸 이곳에 적어보기로 했다.
혼자 가지고 있는 계획은 자꾸 멋대로 수정하거나 삭제해 버리나 기한을 어기는 경향이 있어, 또 브런치의 힘을 빌려본다.

시간 졸부이니만큼 이제부터 매일, 정말 매일 브런치에 글을 적을 거다.
우선은 10주 동안 그렇게 해봐야겠다.
월/화/목/금/일요일에는 책을 1권 읽고 독후감을, 수/토요일에는 영화를 보고 그 감상문을 적기로 마음먹었다.
수많은 부자들이 매일 읽고 쓰기만 하면 부자가 된다는데, 시간도 많은 김에 그렇게 한번 해보기로 했다.
글이 쌓이면서 내게 변화가 생길지가, 정확히는 내 통장잔고에 변화가 생길지가 몹시 궁금하다.
부디 퇴직금을 다 까먹기 전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처럼 적어놓은 글 덕분에 6월 14일인 오늘까지 32권의 책을 읽었고 13개의 넷플릭스 영화를 보았다.

총 45일간의 일이었다.

약속한 시간은 10주. 그러니까 아직 25일이 남았지만, 다음 25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을 듯싶어 이렇게 번복을 고백한다.

시간 졸부로의 삶이 예정보다 빨리 끝나게 되어 더 이상 하루 한 권의 책을,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매번 라이킷을 지속적으로 눌러주시는 분들께 죄송스러워 끝까지 해내려 했지만, 시간에 쫓기듯 진행하다 보니 글의 퀄리티도 책을 읽는 마음의 진심도, 그 정도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면 퇴사 후 쉼을 가지려던 계획이었지만, 우연하게 좋은 기회를 만났고 따라서 당분간 아주 정신이 없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 건 아니고, 최근의 내 책 목록들이 가리키는 방향처럼 자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내게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흥미롭고, 또 흔한 상황은 아니기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당장은 이 시간을 지나 보내는 것만으로도 몸과 정신이 벅차서 그럴 수가 없다.

대신 독후감을, 영화 감상문을 써왔던 그 시간 동안 열심히 따로 기록해 두었다가 언젠가 그 모든 과정을 정리해 공유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남은 35일의 분량. 9개의 넷플릭스 영화 감상문과 26개의 독후감은 시기를 지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바쁜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볼 때마다 틈틈이 적어두기로 말이다.

자영업 준비한다고 하루에 이만큼도 시간을 못쓴다고~~?? 하실까 봐, (사실 내가 찔려서) 핑계 같은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보자면 얼마 전부터 글을 쓰는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와 조별활동의 양이 상당해서 그것들을 적어내느라 브런치에 머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적어진 것도 있다는 마지막 변론으로 이 고백을 마쳐본다.


아무쪼록

꾸준하게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기꺼이 라이킷을 눌러주신 모든 분들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그동안 정말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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