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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SFY Dec 18. 2022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3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3



전 대표님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었다. 굽실대기 싫어 사업을 차렸다 말했던 그는, 해외 명문대학원을 나온, 금수저였다. 나는 그가 궁금하지 않았으나, 새로 사람들이 들어오면 회식 장소에서 대표님이 제 이력을 줄줄 읊었다. 들어오고 나간 사람이 내가 다녔던 기간 동안만 해도 10명이 넘어가니 나는 이 자랑을 열 번도 넘게 들었다는 얘기다.


저는 북아메리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한국에 잠깐 들어올 때면 강남 3 학군에 살았으며, 유럽에서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저의 가족들은 강남에 크게 사업을 하며, 셀럽 누구누구랑 친하고 걔가 어쨌고 저쨌고… 아이쿠 이런, 너무 내 자랑만 하는 것 같네. 옆에서 임원들도 한 마디씩 거들며 자기 자랑하기 바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던데, 빳빳한 고개가 마치 햇살 좋은 날의 해바라기 같은 사람들이었다.


사업은 어렵다. 내가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운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업은 신중, 또 심혈을 기울여한다. 망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그래서 대표라는 자리는 관련 분야에서 최소 5년은 구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처음 입사했을 때, 임원진들이 적어도 이 분야에서 몇 년을 구른 사람들이니 배울 점이 많으리라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웬걸. 완전 초짜였다. 온라인 위주 판매를 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해본 적 없다고 내게 당당히 말했다.(지금이라도 해보세요.) 오프라인 쇼핑을 즐겨하신다는 그는, 아는 건 나보다 쥐뿔도 없었다.


사원2는 분노했다. 그는 돈과 직접적인 업무를 했는데, 약 2달 전 대표에게 회사 재정상황을 물었더니 자신에게는 패밀리가 있고 거대 투자자도 우리 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배짱을 부렸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랑하던 패밀리는 그의 사업적 안목을 버렸고, 거대 투자자는 그저 흐르듯 지나가는 환상이었다. 웃겼다. 아니 사실 피눈물이 흘렀다. 애매한 경력, 이직 확정도 안된 상황. 연차 쓰기 눈치 보여 안 갔던 많은 면접들이 떠오르며 눈알에 분노가 차올랐다.


대표는 직원들을 불러 차례로 면담을 시작했다. 또 엉엉 울며 감정에 호소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이번에는 평소처럼 아주 뻔뻔했다. 내게 해고 예고 수당도 있고, 실업급여도 나오고 너는 퇴직금도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네?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지, 마지막까지 제 모든 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그가 어이가 없었지만 원래 저런 사람이니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회사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혼자 열어두며 다시 일어날 때에 회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끔 직원들의 해고 사유를 계약 종료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말했다.


아뇨, 경영악화로 인한 해고로 해주세요.

대표는 떨떠름해하며 알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스타트업에 로망이 있었다. 함께 으쌰 으쌰 성장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와, 안정성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가는 이유도 이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개인 커리어와 함께 하는 성장, 그 로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이 회사를 나오며 다시는 스타트업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미 커버린 기업에 가자. 안정성이 최고다. 백 번을 다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 직원 수 50명 이상일 것.

2. 대표가 최소 40대이며, 그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있을 것.

3. 창립 최소 5년 이상일 것.

4. 그 외 영업이익이 +일 것.

5. 팀이 있고, 사수가 있을 것.

6. 2030으로 이루어진 젊은 문화를 복지라고 써 놓은 회사는 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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