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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홍 Aug 05. 2022

비혼과 결혼 그리고 친구들

우정의 새로운 전성기

아직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이 몇 없다. 혼자 자취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한다.


감사하게도 연고 없는 타지에 살지만 나에겐 퇴근 후 맥주 한잔 할 친구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같이 볼 친구도 있다. 대학생 때처럼 친구 자취방에 가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런 순간들이 계속될까?’


결혼한 친구도 없지만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친구도 거의 없다. 곧 다 떠나버릴 것 같아 가끔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우리는 얼마나 다른 세계에 살게 될까. 지금처럼 대화를 하고, 감정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도 직장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다 보니 조금씩 서로 알게 모르게 벽을 치곤 한다.


대화의 주제는 제한적이고 단어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일이 바쁘다 보니, 많이 만나봐야 1달에 1번 만나는데 그 시간 동안 그 친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뭔가를 말하기 꺼려진다.


일대일 만남에서는 그나마 유연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3명 이상만 모여도 대화는 뚝뚝 끊기고 의미 없는 가십거리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추억팔이.


'이러려고 만난 게 아닌데....'


그렇다 보니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기운이 빠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오래된 친구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간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과 만나고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는 이유는 '안정감'과 '편안함' 때문이다. 사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편안할 수 있는 관계를 맺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정서적으로 나를 이토록 나른하게 만드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내가 비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연애를 하지 않고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친구들 덕분이다. 그들은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준다.


나에게 친구는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존재다.


친구가 삶의 전부라 여겼던 그 시절만큼 뜨겁진 않지만 미지근한 온도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친구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하고 싶은 말이 다르고, 함께 나누고 싶은 게 다르다.


각자의 우정 전성기를 지나 30대가 된 지금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비록 서로가 원하는 대화의 주제는 아닐지라도.


그러다 보면 또 우리들의 전성기는 다시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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