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요즈음 기업 조직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세대 문제, 다시 말하면 세대 다양성 문제다. 그것은 전례없이 여러 세대가 공존하면서 각 세대의 특징들이 여러 갈등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잔존하는 연공서열의 구조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세대의 간극으로 묶어버린다. 결국 많은 젊은 세대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들어간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된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바라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기계발이나 워라밸 등을 중시하는 MZ 세대는 회사와 본인의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주저 없이 퇴사를 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7개월이라 한다. 처음 직장에 계속 근무하는 청년은 34.4%이며, 65.6%는 졸업 후 가진 첫 일자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기 퇴사가 많은 이유를 세대 간 직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직장은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았고,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기쁨을 얻거나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곳이었다. 반면에 청년세대는 공동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집단의 발전보다는 개인의 성장이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1.
이렇듯 많은 기업이 MZ 세대의 인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좋은 해법을 찾고자 분주하다. 어떻게 해야 이 세대의 문제를 조화롭게 풀 수 있을까? 아마도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멘토링은 젊은 직원과 경영진을 짝지어 기업의 전략적, 문화적 관련성이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멘토링하는 것이다. 물론 ‘역멘토링’은 최근에 생긴 용어는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주로 일부 선진 글로벌 기업에서 실행되었던 프로그램이었다. 1990년대 후반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CEO인 젝 웰치(Jack Welch) 회장은 역멘토링을 활용하여 임원들이 인터넷을 배우도록 했다.
하지만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정작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의 기업들이 실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조직 구조가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명확하여, 상사는 부하에게 업무를 가르치고 지시하는 일방적인 위치라는 일반적인 관습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에서 만약 부하사원이 멘토가 되어 상사에게 멘토링한다면 어쨌든 매우 불편한 일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예를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아랫사람 또는 지위나 학식이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논어에 의하면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에 공문자(孔文子)라는 대부가 있었는데, 공자는 그가 영민하면서도 배우길 좋아했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시호를 문(文)이라고 한 것이라 말했다2.
어쨌든 오늘날 기업들이 진행하는 역멘토링은 단순히 기술 지식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이 기업의 전략적 문제나 리더십, 업무에 접근하는 사고방식 등 중요한 경영적 요소에 역멘토링을 활용하고 중점적으로 실천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vard Business Review)는 역멘토링이 기업 조직의 세대나 문화적 차이의 문제 해결에 왜 필요하고 어떻게 제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다음은 그 중에서 ‘역멘토링’ 제도를 통해 나타났던 긍정적인 효과의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3.
높은 MZ세대 유지율(Retention)
역멘토링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MZ 세대가 회사에게 원하는 것, 즉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과 투명성을 제공한다. 그래서 조직 내 소통이 활발해지고 결국 높은 유지율을 달성하도록 한다.
BNY Mellon's Pershing의 창립자인 게리 탐부로(Gerry Tamburro)는 역멘토링 제도 실시 후, “역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더욱 투명한 기업 문화가 조성되고 전사적으로 소통이 활발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밀레니얼 멘토와 함께 소위 ‘노변채팅(Fireside Chat)’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의 리더십과 젊은 직원들간의 소통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노변채팅은 원래 미국에서 대중과 대통령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도구로서, 비공식적으로 친근하게 소통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되었던 제도다. BNY Mellon's Pershing은 지속적으로 노변채팅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문제를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과 논의하고 기업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역멘토링 프로그램 이후, 밀레니얼 멘토들의 유지율이 96%에 이르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공유와 확산
사실상 대부분의 역맨토링 프로그램이 디지털 기술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왔고, 많은 기업의 리더는 그것이 매우 의미 있었다고 말한다.
BNY Mellon‘s Pershing의 CEO는 젊은 멘토를 통해 이전에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던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후에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제는 회사 내에서 가장 열렬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 중 한 명이 되어,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소통하고 있다.
기업 문화 변화를 선도
에스티로더(Estee Lauder)사의 CEO인 파브리치오 프레다(Fabrizio Freda)는 “현재 우리는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멘토들은 온-오프라인의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과 SNS의 중요한 영향력 등을 주제로 고위 임원들을 멘토링했다. 그 외에도 여러 아이디어나 지식을 교환하기 위한 공유 포털인 ’Dreamspace‘를 개발하여, 논의되는 주요 주제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BNY Mellon's Pershing의 젊은 멘토인 카일라(Kayla Kennelly)는 멘티와 함께 왜 젊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지를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조사해보니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 언론에서의 부정적인 시각, 영업에만 국한된 직업이라는 오해 등이 그 이유였음을 알게 되었고, 결과를 채용 전략에 적용했다.
기업의 다양성 장려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역멘토링 프로그램은 큰 역할을 한다. 글로벌 로펌인 Linklaters는 성소수자와 소수민족 등 소수자 문제에 대한 고위경영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 소수그룹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확보하여 기업의 목표와 연계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14년부터 유명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는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전문지식의 공유와 리더십 개발, 직원 만족도 등과 더불어 기업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0여명의 밀레니얼 세대가 200여명의 파트너와 고위 임원진을 멘토링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하여 기업 조직을 경험했던 선배들은 역멘토링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잘 이해 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드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아직은 ’상사와 부하‘라는 관행적인 구조를 깨뜨리고 수평 조직화를 추구하는 것에 다소 불편함이 있다. 그들은 MZ 세대와는 달리, 공동체를 중시하고 공동체 안에서 본인의 위상을 갖는 것이 뭔가 의미있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MZ 세대가 짊어져야 할 미래의 기업, 미래의 사회는 그들에게 달려있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중요한 노하우를 그들에게 전수하면서 새롭게 창조되는 세계를 지원해야 한다. 최근 필자는 서울의 모 대학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의하면서 ‘Disruption’이라는 개념을 학생들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것은 오래전 저명한 경제학자인 조세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했던 ‘창조적 붕괴의 질풍(The Gale of Creative Destruction)’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역멘토링’을 시작으로 새로운 세대가 또 다른 ‘Disruption’을 경험하고 새로운 창조적 질서를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
참조문헌
1. “MZ 세대,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회사 떠난다”, HR 매거진(사람인), 2022.08.
2. https://namu.wiki/, 나무위키
3. “Why Reverse Mentoring Works and How to Do It Right”, Jennifer Jordan and Michael Sorell, Havard Business Review, 20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