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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May 12. 2023

책을 읽다가

아버지에게 갔었어 를 읽는  중

#아버지에게ㅡ갔었어

를 읽으며

P.359

"봄에 감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고 감나무 잎새 사이로 감꽃이 피어 떨어지면  아이들은 감나무 아래 쪼르르 모여 앉아 감꽃을 주워먹었다.

....

....

여름 내내 비와 태풍에 픗감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작은 항아리에 풋감을 담고 물을 부은 뒤 소금을 쳐 풋감에서 떫은맛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하나씩 꺼내 먹었다."


ㅡ사과가 흔한 고장이었지만 우리집엔 해당사항이 없었다.

아버지가 탄광에서 일하시는 동안엔 큰 농사를  지을수 없어서 그랬는지,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산밑 밭엔 밭농사를 지었고 논농사는 남의 논을 빌려지었다.

그래서였을까?

시골이지만 우리집엔 왜그리 먹을게 없었는지..

가을에 엄마가 남의집 과수원에서 일하고는 떨어지거나 벌레먹은 사과를 한꾸러미 얻어오시면 그게 그렇게 소중하고도 맛있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감나무 나오는 구절을 읽는데...

우리집엔 그 흔한 감나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집 소유의 감나무가 한그루라도 있었더라면 훨씬 더 풍요로웠었다고 느꼈을까?

홍시도 먹고 곶감도 먹고 감껍질 말린 것도 먹고...


채워지지않았던 빈곤의 기억은 사실 평생을 따라다닌다.

아직도.., 뭘해도... 어떤 상황에서도...

부족한거 같은..


우리집 바로 앞에도 감나무가 있긴했다.(그림에서 처럼) 그런데 소유권이 우리에게 없다보니 꽃이랑 잎이랑 열매는 흔히 보았더라도 주황으로 읽은 감은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떨어진 꽃이나 반딱거리던 감잎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있다.

가을에, 바람이 쎄게 불고난 아침엔 혹 떨어진 말랑 감이 있나 나무 아래를 기웃거리긴 했었던것도 같고...


하나, 집 앞 뒤로 돌배나무가 하나씩 있었다.

그나마 마당에 있던건 옆집 소유.

우리집 뒤안에 있던건 우리꺼였다는 기억이다.

돌배란 말그대로 딱딱한 배.

둥근 배 한쪽은 너무 딱딱해서 이빨도 들어가지 않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한귀퉁이 즙이 많은 곳이 있어서 그곳만 골라먹고 땅바닥에 패대기치듯 버렸던 기억.

돌배가 아니라 그냥 배나무면 얼마나 좋을까 바랬던 마음.

봄에는 하얀 배꽃을 보는 즐거움을 주긴해서 아주 미워하지는 않았었다는 추억.


책에 나오는것처럼 떫은 감을 소금에 담궈 떫은 맛을 없애고 먹는, 일명 침담궈먹는다는 그 감을 참 좋아했었다.

당연히 자주 먹지못했다.

책에서처럼 아이들도 쉽게 해먹을수 있다는걸 알았었더라면 남의집 감일망정 떨어진걸 줏어다가 많이 해먹을걸 하는 생각이 이제사 든다.


*다행인지..아버지께서 광산을 퇴직하시고 산밑 밭에 사과나무를 심으신게 내가 중학생 때.

그 이후로는 나도 과수원집 딸로 살았다.

본격 사과가 나오기 시작하던 고등학생 시절부턴 집을 떠나 살게 되어서 이제는 썩어 굴러다닐 정도로 흔해진 사과를 온전히 누려보지 못한 아쉬움도 덩달아있었지만...


*그림ㅡ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친정집 모습.

앞뒤 돌배나무와 감나무는 다 베어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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