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꼬리물기 독서를 하는 편이다. 책을 읽다 거기에서 소개하는 책이 있으면 그 책을 구해서 본다. 그렇게 가지를 뻗어나가듯이 책을 읽는데 어디서 보니까 그것을 꼬리물기 독서법이라고 했다.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마라』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제목이 단연 자극적이기에 더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후킹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내용보다 제목이 훨씬 강렬했다는 것이다. 뚜껑 열어보니 별거 없다 정도는 아니지만 제목만큼은 열일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간 심리나 뇌의 영역을 고려한 설득심리학 책으로 정신과 의사가 썼다. ‘마크 골드스톤’이란 분이다. 남의 속사정을 몇 마디 말로 술술 내뱉게 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필독서이며 미국 FBI의 교과서라니 뭔가 더 신뢰가 가는 점도 있다.
우리 뇌는 태곳적부터 생존해 온 갖가지 기전들이 고스란히 정보로 내재 되어 있다. 파충류 뇌에서 포유류의 뇌, 영장류의 뇌로 진화해왔으며 각 발달단계의 뇌도 여전히 인간의 뇌에 포함되어 있다. 그것들은 인간이 어떤 감정을 분출하고 어떻게 사고하냐에 따라 각 상황에서 개별로 작동하거나 유기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고도의 위험이나 불안 상황에서는 1단계인 파충류의 뇌가 작동한다. 이걸 뱀의 뇌라고 작가는 말한다. 뱀의 뇌는 불안이나 두려움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반응한다. 뇌의 구조에서 가장 안쪽에 있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인간의 뇌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의식적으로 실행 계획을 세운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주도권을 잡는다. 이때 인간의 뇌는 설 자리를 잃는다. 인간의 뇌에서 정서 처리를 맡고 있는 부분은 편도체다. 편도체가 물리적인 위협을 받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서적인 위협을 받으면 흥분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평소 이성적인 사고 능력으로 편도체를 통제하던 전두엽이 되려 편도체의 조종을 받게 된다. 사고력은 급속히 떨어지고 기억기능은 불안정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이 상황을 ‘편도체 납치’라고 부른다. 두려움에 싸여 있거나 분노 폭발한 사람들은 이 편도체 납치 상태라고 보면 된다.
‘거울신경세포’는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뜻이므로 공감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요구에 끊임없이 순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보상처럼 공감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갈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거울신경세포 수용체 결핍이라고 부르는 것이 자라난다.
3개의 뇌, 편도체 납치, 거울신경세포 수용체 결핍 이 세 가지 주요 테마를 바탕으로 책은 이야기를 끌어간다.
파충류의 뇌인 뱀의 뇌를 어떻게 해서든 인간의 뇌 단계로 올려놓고 설득이든 뭐든 해야 한다. 결핍이 불러온 뇌의 상태에서는 절대 채워지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방법으로는 경청, 공감(감정이입), 파워감사 등이 있다. 잘 듣기의 중요성은 입이 아프게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매체마다 강조하는 것이다.
경청하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기를 원한다. 경청하지 않고는 상대방을 드높여줄 어떠한 정보도 받아낼 수 없다. 들은 것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존재감을 높일 질문을 한다. 비로소 상대방은 흡족해진다. 다음 단계는 그가 한 말을 다시 한번 요약하기나 조언을 구해본다.
내가 당신을 중요한 존재로 인식해서 이렇게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의 화려함을 알리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나의 타겟인 상대방을 드높이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관심을 끌려고 하지 말고 관심을 보여라. 만나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라.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인 감정과 생각과 행동에 대해 충분히 대답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다 했다고 만족할 수 있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란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책을 읽는 사람의 스토리텔링을 말한 줄 알았다.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만나는 상대방이나 고객을 스토리텔링화 하라는 것이었다.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갓난아기일 때 『미피시리즈』라는 비디오 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별 내용은 없지만 색감이 엄청 고왔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서 굉장히 고가였다. 그때 미피의 얼굴은 항상 정면을 보고 있었다. 몸이 옆으로 돌려있어도 미피 얼굴은 화면을 보는 아기와 눈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말 못 하는 아기들도 자기만 바라보는 이 존재에게 끌리는구나.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길 모두 원하고 있다.
모든 책이 겉 표현은 다르지만 일관성 있게 경청과 상대방의 가치감과 존재감 느끼게 해주기를 강조한다. 그런데 그 시작은 나를 개조하고 수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받고자 하고 나를 드높이려는 자신을 우선시하는 마음부터 변화해야 한다. 내가 나를 잘 모를 수 있다. 나는 겸손한데 남들은 소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걸 ‘부조화’라고 한다. 부조화는 캐리어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부조화는 타인을 보는 관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여러 개의 필터(성, 지역, 교육 수준, 감정 등등)로 상대방을 부정확하게 판단하고, 경청을 제대로 하지 않는 데서 부조화가 생기면 그 관계는 파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항목을 단계별 리스트화해서 관련자들에게 답을 받아 행동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
수정하며 변화를 꾀하는 과정을 ‘피드포워드’라고 한다. 이미 굳어진 다음에 변화를 시도하는 피드백과는 달리 피드포워드는 미래지향형이므로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은 공기, 물, 양식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저자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에 대한 갈망 또한 인간에게는 그와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마주한 사람에게 그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 이제 상대는 그 보답을 하려할 것이다.
경청과 공감과 파워감사로 이것들은 얻어낼 수 있다. 파워감사는 우리가 일반적, 습관적으로 하는 감사가 아니다. 마음이 뜨뜻하게 적셔질 정도로 감동을 주는 감사를 말한다. 모든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행이 어렵다. 습관이 되려면 3~4개월 정도 걸리고 완전히 익는 데는 6개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력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사람을 얻는 자는 세상을 가질 수 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응답해줘야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개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자.